일상 이야기

설득하기

강형구 2014. 1. 19. 12:36

 

   언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있고, 말을 듣고 말을 하는 것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이래로 글을 읽고 쓰는 것에는 상당 부분 익숙해졌다. 내게 읽고 생각하면서 쓰는 활동은 숨을 쉬거나 걷는 활동만큼 자연스럽고 익숙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머리를 감거나 운동을 하는 것만큼은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말을 듣는 것과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익숙하지 않음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중요했지 말을 하는 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수업은 대개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것을 잘 듣거나 교과서를 잘 읽고 관련되는 문제들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말은 많이 하지 않았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나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여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대장 시절에는 중대장과 대대장에게 보고를 해야 했고, 중대장 시절에는 대대장에게 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역을 한 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니, 나의 에세이에 대해서 수업을 듣는 동료들과 담당 교수님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취업을 할 때는 더했다. 면접 때 나를 소개하고 나의 장점을 호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최종면접에서 합격할 수 있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내게 따른 행운에 감사할 따름이다.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 그것은 상대적으로 글을 읽고 생각하며 쓰는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다지 쉽지는 않은 일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읽고 생각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나 혼자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사람 앞에서 말을 해야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직장 상사에게 업무에 대해서 구두로 보고하는 일,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나의 인생 계획을 설명하는 일,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안부를 묻고 나의 우정을 전달하는 일 등등은 아직 내게 공기와도 같이 익숙하지는 않은 듯하다.

  

   아직 미숙하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근 설득하는 활동을 제법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내가 어떤 대상, 어떤 일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생각한다고 해도, 그러한 나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의 동감을 얻음으로써 좀 더 적극적으로 그 대상 또는 그 일을 좋아할 수 없다면 그러한 마음이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다른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글을 이용한 설득이 아니라, 직접 대면하여 말로 하는 설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부모님께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일, 은혜에게 나의 사랑을 표현하는 일, 누나와 매형과 조카에게 나의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 나의 친구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표현하는 일 등. 영혼이 담기지 않은 겉치레뿐인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 말이다.

  

   물론 상대의 마음이 마냥 나의 것과 같을 수는 없어,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때 현명함과 인내를 발휘해서 서로의 의견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의견 조율이 얼마나 어려운지, 적시 적절한 훌륭한 의견조율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경험과 지혜와 노련함이 필요한지는 직접 체험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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