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좀 늦은 2014년 계획

강형구 2014. 1. 26. 20:48

 

   올해로 내 나이 서른 세 살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직 하지 못했고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다. 둘째, 묵혀두었던 장롱면허를 꺼내고 운전을 다시 배워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셋째,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여 박사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직장인으로서 승진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을 법도 하지만, 사실 내게는 승진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야심이 없다고 핀잔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세속적인 권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은혜와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그 마지막 결실을 보지 못했다. 올해 내가 서른 세 살이고 은혜가 서른 한 살이다. 둘 다 적지 않은 나이라, 가급적이면 올해를 넘기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무신론자에 가깝고 은혜는 기독교도인이라는 사실이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껏 살아온 경험을 돌아보며 나는 현명한 기독교인이 무절제하고 오만한 무신론자보다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은혜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다.

 

   누군가가 당신은 왜 그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 여자와 결혼하면 나보다 더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결혼하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그다지 낭만적인 편은 아니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결혼 상대를 이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 은혜는 키가 큰 편도, 얼굴이 연예인처럼 예쁜 것도 아니지만,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며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이다. 내게 외모와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보다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활기가 넘치는 아이가 태어나 훌륭하게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난 뒤에 아버지의 권유를 따라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딱히 운전을 할 일이 없어서 지금까지 그냥 지갑 속에 묵혀만 두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버지 대신 내가 운전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뵈러 갈 때에는 비교적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께서는 오랜 운전에 눈의 피로를 호소하시는 경우가 잦아졌다. 또한 직장에서도 가끔씩 회사 차를 운전해야 할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이럴 때마다 나보다 상사인 팀장님이나 차장님께 운전을 부탁하는 것도 좀 민망하다.

 

   문제는 내게 차도 없고 돈도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 나는 차를 사는 것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게도 방법이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운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부산에 내려가면 아버지에게,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친구들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기를 부탁한다. 이는 그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과연 내게 그럴만한 용기와 적극적인 의지가 있을까. 그래도 올해 꼭 도전해야 하는 일들 중의 하나가 운전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박사가 되는 일이 있다. 박사가 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지 않으면 박사가 될 수 없다. 우선 올해에는 열심히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서 큰 돈을 벌 수 없고 그다지 큰 명예를 얻을 수도 없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 학위를 받겠다고 희망하는 것은, 그만큼 철학 연구를 하는 것이 내 삶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박사 학위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논문을 많이 쓰고 훌륭하게 강의도 할 수 있어야 대학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나, 이미 직장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공부를 해서 학위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럽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박사 학위는 아무나 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만 박사가 되는 것 역시 엄청난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 자신이 하고 싶지 않다면 인문학 박사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짐작해본다. 너무나 단순하고 뻔한 정도(正道)가 있다면, 그것은 느긋하고 성실한 태도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다. 논문이나 책을 읽었으면 읽은 것으로 끝내지 말고, 그에 대해서 간단히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생각한 것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이 일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한다면 그 노력이 쌓이고 쌓여 결국 한 권의 학위 논문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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