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1

강형구 2016. 8. 12. 06:57

 

 

1: 사이버네틱스와 기계의 새로운 복잡성

  

   총평 : 앞으로의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예비적인 성격이 강한 장이다. 존스턴은 1장에서 지금까지의 사이버네틱스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해석적 관점 아래에서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바라본다. 그가 생각하기에 사이버네틱스 운동은 표상적, 상징적, 개념적차원에서 일어나는 지적 활동이 아니라 물질적, 체화적, 수행적차원에서 일어나는, ‘물질과 더불어 작동하는 지적 활동이다. 비록 우리가 구성 성분들의 단순한 작동 절차를 결정적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복수의 성분들이 비선형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결합하면 우리는 그 복합체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사이버네틱스 논의는 무엇이 어떠어떠하다라는 ‘~이다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계들을 만들고, 수정하고, 시험하는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컴퓨터에 기반한 AI의 등장과 더불어 인지적 절차를 논리적이고 표상적인 차원에서 본뜨는 것이 유행하면서, ‘체화된 활동으로서의 사이버네틱스 전통은 잠시 사그러들었다가 최근에 이르러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존스턴이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바라보는 맥락이다.

  

   부분적 요약 : 사이버네틱스는 단순한 기계적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 사이버네틱스는 정보 네트워크와 컴퓨터를 통한 조합을 융합하고 오늘날 가장 혁신적인 과학들의 기초를 놓았다. 사이버네틱스는 세계대전 전후의 통계정보이론과 통제 이론의 조합으로부터 연원했다.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에는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와 로젠블루스(Rosenblueth)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들이 주도해서 개최된 메이시 컨퍼런스(Macy Conference)에서는 통제, 의사소통, 통계역학 등이 주된 주제가 되었다.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고, 환경과의 되먹임 루프를 통해서 안정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기계는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생각되었다. 사이버네틱스 학자들에 의하면, 생물이 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고도로 조직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감각기관으로부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효과산출자(effector)로 이어지는 정보 전달 경로를 통제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과정은 뉴턴역학이 아니라 깁스의 통계역학을 따른다. 섀넌(Shannon)은 위너와 유사하게 정보를 통계적 용어들로 정의했는데, 이 용어들은 루드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의 이론에 의거한 것이었다. 위너와 섀넌에 의하면 정보는 음의 엔트로피이며, 사이버네틱한 되먹임 작용이 기계와 유기체의 조직화를 가능하게 한다.

  

   메이시 컨퍼런스에서는 미궁을 통과할 수 있는 미궁학습 인공쥐가 시연되었는데, 이와 더불어 기계가 되먹임 메커니즘을 통해 목적지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 토론 주제가 되었다. 사이버네틱스 학자들은 순환 인과(circular causality)의 개념을 도입하고, 기계를 살아있는 유기체를 통해 파악하고 그 역방향으로도 파악함으로써, 기계와 유기체는 다만 그 복잡성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기계 개념화하기(Conceptualizing the New Machine)

  

   사이버네틱스는 단지 상징제작과 표상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 사이버네틱스는 직접적인 기계 제작 이론과 관련된다. 사이버네틱스는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이것이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이버네틱스는 기계 또한 적응적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곧 기계임을 함축하려 한다. 정보이론 및 동역학 체계 이론을 통해 새로운 기계를 개념화하고, 살아있는 유기체는 이러한 기계가 좀 더 복잡해진 것에 지나지 않음을 보이려 한다.

  

   애쉬비(Ashby)의 추상적 절차를 살펴보자. 과정 P는 입력값과 환경 상태 사이의 함수이다. 우리는 P의 내적 상태를 알 필요가 없으며, P는 환경과 고립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이 과정 P가 복수로 결합하게 될 경우 결정론적이지만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서로 이웃한 과정들이 비선형적으로 연결되어서 이후를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뒤이어 따라오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다. P-배열(array)를 안정화시키는 정확한 동역학은 무엇인가? 점차적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결국 우리는 현재 기계적인, 기계와 닮은, 기계화 된 삶을 살게 되었다.

  

폰 노이만(Von Neumann)의 자기재생산 자동자(Self-Reproducing Automata)

  

   폰 노이만의 물음은 다음과 같다. “신뢰할 수 없는 구성성분들이 조직화되면 상당히 믿을 만한 기계 혹은 자동자가 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폰 노이만에 의하면 인간의 뇌 또한 다른 생물학적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논리적이기도 하고 통계적이기도 한 복합적인(mixed) 기계이다. 그는 신경학적 언어가 1차적 언어이며 수학적 언어는 2차적 언어라고 생각했다. 먹큘록(McCullock)과 피츠(Pitts)는 두뇌의 작용을 몇몇 논리적 연산들로 공리화했지만, 폰 노이만은 이 공리들이 진정으로 뇌의 작동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폰 노이만은 구조에 대한 기술이 행위에 대한 기술보다 더 단순할 것으로 추측했다. 그에 의하면 네트워크 그 자체는 기술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행동에 대한 가장 단순한 표현이다. 그는 자동자 이론을 위한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그 새로운 논리는 연속적이고, 분석적이며, 확률적이고, 열역학과 정보이론에 기반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폰 노이만은 두뇌의 뉴런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뉴런의 일부가 파괴되어도 정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평행적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서 두뇌의 작동을 모사하려고 했다.

  

   그는 자기재생산하는 자동자 이론에서 이 자동자가 자기 자신보다 더 복잡한 후손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얼핏 생각할 때, 기계가 또 다른 기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기계가 생산되는 기계보다 더 복잡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폰 노이만은 구성 성분들이 대량으로 조합될 경우 특정한 단계에 이르러 생산되는 기계의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애쉬비(Ross Ashby)의 항상성 기계(Homeostat)

  

   애쉬비는 항상성 기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그는 기계 체스 경기자가 자신의 고안자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했다. 그는 두뇌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이 적응적인 행동을 규명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된다고 생각했으며, 환경과 유기체가 상호작용할 경우 환경 속의 몇몇 특정한 변수들(null, full, part, step)만 유기체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다. 그는 환경의 변수들과 유기체가 어떻게 모형화될 수 있는지를 고심했다.

  

   그는 직접 항상성 기계를 제작했는데, 이 기계에서 기계를 구성하는 단위의 일부인 총괄선택자(uniselector)가 잠길(locked) 경우 이것이 일종의 환경 역할을 하고, 남은 부분들은 무작위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찾음으로써 환경의 변화를 제어하려 시도한다. 이 기계는 안정되지 않은 체계에서 안정된 체계로 움직이려 한다는 점에서 다른 체계와 다르며, 애쉬비 본인은 이를 초안정적 체계라 불렀다. 이 기계는 여러 학자들 사이의 주도적인 논의틀을 형성했으며, 학습에 대한 좀 더 정교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애쉬비는 항상성 기계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비록 이 기계는 환경이 변할 경우 이전까지의 환경에 대한 기억을 망각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단점이 오히려 학습에 대한 더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피커링(Pickering)은 표상적 표현형식과 인식론으로부터 수행적 표현형식과 존재론으로의 이행을 주장했는데, 애쉬비 및 다른 사이버네틱스 학자들의 경우 표상적 논의에서 수행적 논의로 논의의 기본틀이 변하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월터의 거북이(Grey Walter's Tortoises)

  

   월터의 사이버네틱한 거북이는 새로운 종류의 기계적 복잡성을 보여준다. 월터는 전기뇌촬영 분야에서 여러 공로를 세웠던 학자로, 목적을 찾고 검사하는(scanning) 기구들을 만들려고 했다. 그는 단순한 요소들을 조합해서 기계가 효과적이지만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의 거북 기계는 갖가지 복잡한 행동들을 보여주었으며, 거북 기계는 CORA 회로를 통해 조건화된 반사를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학습하는 기계). 그는 학습회로를 많이 연합시킬수록, 하나의 전체 체계는 더 불안정해짐을 알게 되었고, 이는 사회가 지적으로 발달하고 복잡해질수록 신경정신적 불평들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있었다.

  

   수단은 단순하지만 결과는 복잡하다는 것. 단순한 요소들을 복수의 방식으로 연결함으로써 복잡성이 생성된다. 기계 거북은 인공생명을 만들려는 최초의 시도였을 것이다. 서로 다른 요소들을 환경과 비선형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복잡성이 형성되었다. 자연과 인공적 기계의 구분이 점점 허물어진다는 것.

  

자기조직화하는 기계들

  

   자기조직화의 개념. 2차 사이버네틱스에서 자기조직화, 자기지칭적 체계, 관찰자의 역할이 부각됨. 애쉬비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자기조직화하는 체계가 가능함을 보였다. 체계 혹은 기계가 두 가지의 구분된 조직을 가짐으로써 자기조직화가 가능해진다는 것. 이 때 시간이 체계 조직화에 대한 내적 결정요소가 된다. 그는 자기조직적 체계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비조직에서 조직으로 가는 체계. 덜 조직된 체계에서 더 조직된 체계로 가는 체계. 물리학자 샬리치(Shalizi)는 자기조직적 체계의 엔트로피가 감소해야 한다고 보았다. 폰 푀르스터는 자기조직화하는 체계가 만족시켜야 하는 기준 공식을 제시했다(그림 1.4).

  

   푀르스터는 복잡성이 계 외부의 잡음 또는 교란으로부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상을 했으며, 이는 이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개념과 비선형적 요소들이 결정론적으로 혼돈적인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이상한 끌개’) 발견으로 이끌었다.

  

마지막 사이버네티스트, 발렌티노 브라이텐베르크(Valentino Braiten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