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위너, [사이버네틱스] 요약 정리 04

강형구 2016. 8. 11. 06:58

 

 

7: 사이버네틱스와 정신병리학

  

   총평 : 7장에서 위너는 인간의 정신적 통제 능력을 이전 장들에서의 논의와 연관지어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굉장히 복잡한 인지적 활동을 하는데, 인간 두뇌의 신경회로들 및 이 회로들 사이의 시냅스가 장기적으로 형성되어 일종의 투과적 상태가 유지되고, 이를 통해 복잡한 인지적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인지적 활동 전체는 세부적인 개별 인지 과정들의 오작동으로 인해서 걷잡을 수 없이 교란되지 않으며, 개별 인지 과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도 계 전체의 되먹임작용과 교호작용을 통해서 전체적인 통제가 유지된다. 따라서 인간이 정신적으로 병리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이 비정상적 현상의 원인이 신체 조직의 특정 부위에 있을 것이라는 생리학적이고 조직학적 판단은 그릇된 것이라는 것이 위너의 생각이다.

  

   요약 : 뇌의 세부적인 작동에 대한 확고한 지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너 자신은 정신병리학자나 정신의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말함으로써 자신이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7장의 주제를 다루려 함을 전제한다. 과연 두뇌는 개별 성분들의 오작동으로 인한 대규모의 파국을 어떻게 회피하는 것일까? 기계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 오류가 확인된 시점에서 단계적으로 되짚어가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고, 2~3가지의 검색 메커니즘을 병행해서 활용해 그 결과로 나오는 값들을 상호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반면 고등적인 정신 기능은 단일한 신경 기제가 아니라 복수의 신경 기제들이 연합해서 발현될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기능적 장애라는 정신병리의 원인을 생리학적/해부학적인 국소적 조직에서 찾기는 힘들다. 인간의 고등적 인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장기적 기억은 물리적 기반을 근거로 신체 속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기능적 장애는 기억의 문제, 두뇌를 통한 정보 순환의 문제, 시냅스의 장기적 투과성(침투성, permeability)의 문제일 것이다. 정신질환을 보이는 환자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수행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수의 뉴런과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계에서는 인간에서와 유사한 장애가 잘 발생하지 않으며,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다양한 물리적 방법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정신 장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장애와 관련되어 인간이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기억을 완전히 소멸시켜버릴 방법이 없다. 물론 수면을 통해 걱정을 일시적으로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이는 완전한 처방이 되지는 못한다. 뇌의 특정한 부위에 물리적인 조작을 가할 수 있으나(대뇌 전두엽의 백질을 절제한다든지, 중추신경흥분제 등을 사용한 각종 충격 요법들을 시행한다든지), 이 경우 뇌에서 정보를 순환시키고 가상적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양심(conscience)’의 능력이 소실된다. 따라서 영구적 기억과 관련된 정신 장애의 경우, 해당 기억은 직접적인 내성(introspect)으로 접근되기 어려우므로 이에 다가가기 위해 정신분석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이 갑자기 정신 이상을 보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측해볼 수 있다. 모든 생물과 기계들은 물리적 제약 때문에 크기의 한계를 갖는다. 또한 정보 전달에 있어, 메시지의 전달 단계가 커질 수록 의사소통의 성공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아마 생물 중에서 유효 신경 연결망의 길이가 가장 긴 동물이 인간일텐데, 이러한 인간의 평형 체계를 파국으로 몰고갈 수 있는 몇몇 동기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151쪽 두 번째 문단). 이와 같은 동기들은 인간의 가장 긴 뉴런 연쇄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증상이 체온의 증가이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는 단거리 연결에 있어서는 효율적이지만, 장거리 연결에 있어서는 상당한 결점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너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의 문제도 언급한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는 인간이 좌 뇌와 우뇌 중 한 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어린 시절에 주로 사용하는 반구를 다치게 될 경우에는 주 사용 반구가 다른 쪽으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별 특징 없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의도적으로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바꾸려하거나 그 역의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할 경우에는 읽기, 쓰기 등을 할 때 시냅스의 연결이 우뇌에서 좌뇌로, 좌뇌에서 우뇌로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양 뇌 사이의 트래픽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위너는 장의 막바지에 이르러 특정 기관이 너무 전문적으로 발전해서 멸종한 종의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두뇌 또한 과도한 전문적 발달로 인해 인간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8: 정보, 언어, 사회

  

   총평 : 8장에서 위너는 모든 위계화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인간 집단에서의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는 언어(혹은 언어로 구성되는 각종 산물들)임을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는 사이버네틱스의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항상성을 분석한다. 소규모의 개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일 수록 항상성을 유지하기 쉽고, 집단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항상 그러한 확장을 견뎌낼 만한 효율적인 의사소통 도구를 필요로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매우 큰 규모를 보이고 있는데, 과연 이 사회는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위너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시장보이지 않는 손을 가지고 있어 자본주의 사회가 자동적으로 조절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지만,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제시한 게임 이론에 의하면, 게임에 참여하는 개체들의 숫자가 증가할 수록 그 게임은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합리적이지 않으므로 집단의 불안정과 예측불가능성은 증가한다. 더 나아가 위너는, 사회과학의 경우 관찰자와 현상이 분리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토대로, 자연과학만큼의 정확성과 예측성을 보여주는 사회과학은 미래에도 수립되기 어려울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요약 : 개체가 모인 집단은 개체와 다른데, 어째서 집단이 통일된 하나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이는 집단 내 개체들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일 것이다. 동물들이 암컷이나 수컷을 자극하기 위해서 호르몬을 내뿜는 것 또한 일종의 의사소통 방법이며 이는 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고차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굳이 언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은 언어 이외의 행동들을 통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집단이 언어를 고안하기 이전부터 인간 집단 내에는 언어 외의 의사소통 수단이 작동했을 것이다.

  

   종 전체가 접근 가능한 정보의 양과 개인이 접근 가능한 정보의 양을 구분할 수 있다. 공동체는 효과적인 정보전달 수단이 있을 경우 확장하며, 집단 외적 판단의 수와 집단 내적 판단의 수를 비교해 봄으로써 해당 집단의 자율성을 측정할 수 있다. 집단적 정보와 개인적 정보 사이의 관계는, 한 쪽이 더 클수도 있고 더 작을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화 된 개인은 다른 영역의 지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현대의 정치체제에는 효과적인 항상적 과정이 부재한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 소박한 믿음이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개발한 게임 이론에 의하면, 집단은 참여자 수가 많아질 경우 극도로 비결정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항상성이 없고, 예측 불가능하며, 유행과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더군다나 게임 이론에서처럼 모든 참여자들이 전적으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제 게임에서는 멍청한 자들이 똑똑한 자들보다 더 많으며, 똑똑한 자들은 멍청한 자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집단의 규모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반-항상적 요소들에 대항하여 집단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모든 조직화된 집단은 정보의 획득, 사용, 유지, 전파의 수단을 소유하는데, 현재 우리의 사회에서는 사회 내의 각종 출판 및 교육 제도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제도들은 각각의 고유 기능(1차적 기능) 뿐만 아니라 자본을 유통하고 재생산하는 기능(2차적 기능) 또한 수행한다.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우 이들의 1차적 기능보다 2차적 기능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확산된다는 데 있다. , 좀 더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위해 그렇지 못한 수단을 제거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현재 권력과 돈 게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집단에게 사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도구들(언론, 교육, 출판 등)에 대한 재량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합리성에 비한다면 사회 전체는 개인보다 멍청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집단이 개인보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믿음은 소박한 믿음이다. 일부 학자들은 자연과학이 사회과학만큼 발전할 경우 사회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갖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자연과학에서처럼 관찰자와 현상 사이의 분리와 고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이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인간은 거시세계와 미시세계가 아닌 중간 세계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지식 체계를 수립할 수 있는 반면, 사회과학에서는 관찰과 현상 사이에 얽혀드는 관계를 최소화하기가 매우 힘들다. 사회과학자들은 대체로 자신들과 관련된 동시대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사회과학에서 관찰자와 현상을 분리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에 포함된다. , 사회과학에서의 역학적 혹은 통계적 탐구는 자연과학에서만큼 정확하고 예측적이기 어렵다.

 

생각들

  

   위너는 7장과 8장에서 인간의 총체적 인지 활동 및 대규모 집단의 항상성 유지에 관련된 매우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인간은 복수의 되먹임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층위적인 시냅스 연결 구조를 통해 장기적인 기억을 유지하고, 이러한 장기 기억을 기반으로 해서 복잡한 인지적 활동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라는 위너의 생각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러한 장기 기억에는 직접적인 성찰을 통해서 접근할 수 없으며, 이러한 장기 기억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 해당 개인이 이 기억을 받아들이게 하고, 이 기억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 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정신분석학의 방법을 위너가 사이버네틱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한 8장에서 위너는 사이버네틱스의 이론적 내용을 현대 사회의 항상성 문제와 결부시켜서 현대 사회의 미래 및 사회과학 발전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는데, 이 장에서도 사이버네틱스라는 학문의 통찰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너는 이러한 놀라운 통찰들을 아주 간략하게 스케치하고 있을 뿐이라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위너의 이런 통찰들이 이후 정신병리학이나 사회의 항상성 유지 이론을 수립하는 데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는지의 여부를 궁금해하게 된다. 달리 말하자면, 각 장들에 담긴 통찰들의 철학적 깊이는 뛰어나나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