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위너, [사이버네틱스] 요약 정리 01

강형구 2016. 8. 8. 06:55

 

 

1: 뉴턴의 시간과 베르그송의 시간

  

   천문학에서는 천체들의 수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고, 천체 현상에 대한 정량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반면 지질학에서는 이 학문이 다루는 영역에 포함되는 대상들의 전체적인 수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기도 힘들고, 천문학과 같은 정도의 정량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도 않다. 천문학에서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현상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지질학에서는 비교적 단시간 이후의 현상에 대해 오로직 통계적인 추정만이 가능할 뿐이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두 학문이 다루는 영역의 성격이 중요한 부분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현상들은 가역적인 현상들이다. 독립적으로 다루어야 할 천문학적 대상들은 비교적 적고, 따라서 대상들의 초기 위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천문학적 대상들에는 뉴턴 역학이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지질학의 경우 다루어야 할 대상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이 대상들 모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다만 해당 계에 존재하는 몇몇 상수들의 확률 분포를 짧은 기간 동안만 추정할 수 있다. 비록 뉴턴적인 시간이 가역적이라 하더라도, 상호 의사소통하는 우리 인간에게 시간은 명백히 비가역적이다. 시간은 방향지워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천문학에서는 가역적 시간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지구의 표면 형태를 고려할 경우, 지구의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바다를 끌어당기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천문학보다는 지질학에 가깝다. 완벽하게 뉴턴의 역학이 적용되는 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원자 이하의 세계에 대한 이론인 양자역학을 고려해본다면, 우리가 현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해서는 오직 통계적인 추정만 할 수 있을 따름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뉴턴의 물리학 또한 수많은 입자들이 결합한 계에 적용되는 일종의 통계적 법칙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모든 시대의 지식은 그 시대의 기술을 반영한다. 17세기와 18세기 초기가 시계의 시대였다면, 18세기 후기와 19세기는 증기기관의 시대였고, 현재는 의사소통과 통제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무엇보다도 신호를 정확하게 재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의 시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에도 자동자(automata)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데카르트, 말브랑슈, 라이프니츠의 시대에는 생명을 일종의 기계장치라고 생각했고, 근대에 들어서는 생명을 일종의 열기관이라고 생각했으며, 최근에는 생명을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우리 시대에서는 자극을 수용하고 행동을 수행하며, 감각 기관과 신경 체계 등을 사용하여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에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자동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자동자에 적용되는 시간 개념은 뉴턴적인 시간 개념이 아니라 통계적인 시간 개념이며 이는 창조적 진화를 주장한 앙리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과 들어맞는다.

 

2: 군 이론과 통계역학

  

   미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깁스(Gibbs), 다수 입자들의 운동량과 위치의 분포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로부터 이후 이 입자들의 운동량과 위치 분포를 뉴턴적인 의미에서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을 고안하려 했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면, 해당 계가 미래의 시점에서 개별 운동량과 위치를 갖게 될 확률은 0이며 이러한 사건들은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해당 계의 복잡한 우발성을 좀 더 특수한 우발성의 무한급수로 변환하고 이 급수의 값을 1로 만드는(확률이 1이라는 것은 100퍼센트의 확실성으로 발생함을 의미하므로) 적분의 기법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법을 유럽의 수학자 르벡(Lebesque)이 수립했다.

  

   ‘측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간 속에서 불변하는 측도가 필요하며 이를 상측도(phase measure)라 하자. 만약 어떤 것이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상측도에 상대적으로 변화한다면, 이것은 상평균(phase average)을 갖는다. 비슷한 논리로 만약 어떤 것이 시간 속에서 변화한다면, 그것은 시간평균(time average)을 갖는다. 깁스는 자신의 통계역학에서 시간 평균과 공간 평균(상평균)의 값이 같음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불변량 및 변환군 이론을 알지 못하던 깁스로서는 자신의 역학에 대한 정확한 수학적 기초를 수립하지 못했고, 이러한 기초 수립은 1930년대에 이르러 일군의 수학자들에 의해(쿱만Koopman, 폰노이만von Neumann, 버코프Birkhoff ) 이루어진다.

  

   특정한 계와 이 계에 적용되는 군(group)을 고려할 경우, 그 계에 속하는 원소들에게 변환에 의해서도 변하지 않는 특정한 양이 존재한다면 이를 해당 군에 대한 불변량(invariant)이라 한다. 군 불변량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선형불변량이다. 군의 변환이론을 통해서 광범위한 군이 유일하게 결정된 불변량을 가지는 것을, 또한 상평균과 시간평균의 상호교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척도보존 변환이론 전체는 에르고딕(ergodic) 변환이론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상공간에서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하지만 맥스웰(Maxwell)이 제시한 악마가 실제로 존재할 경우 해당 공간의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맥스웰의 악마가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얻어야 하며, 정보(information) 자체는 음의 엔트로피를 갖는다. 맥스웰의 악마와 유사한 존재를 실제로 우리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효소 혹은 생명체 자체는 전체적으로는 계의 전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지만 국소적으로는 음의 엔트로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