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위너, [사이버네틱스] 요약 정리 03

강형구 2016. 8. 10. 06:53

 

 

5: 계산 기계와 신경 체계

  

   5장에서 위너는 신경 체계 또한 계산 기계, 정확히 말하면 논리 기계와 유사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계산 기계란 본질적으로 수를 기록하고, 조작하고, 수의 형태로 결과를 산출하는 기계이다. 만약

이라는 총량을 갖는 정보를 전달한다고 가정하면, 이 정보를 전달하는 데 드는 대략적인 비용은

가 되는데, 이 때

가 되면 정보전달의 비용은 최소가 된다. 정보 저장을 가장 저렴하게 하기 위해서는 N의 값이 최대한 커야 하며,

중 가장 중요한 값은 2인데, 왜냐하면 이는 2진법으로 정보를 표현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보는

의 꼴로 표현된다.

  

   2가지 종류의 계산 기계가 있는데, 하나는 유비 기계(analogy machine)’이고 다른 하나는 수치 기계(numerical machine)’이다. 계산 과정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여야지만 계산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계산 과정에서의 우발적 요소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계산 기계는 논리 기계이어야 하며, 이 때의 논리는 가장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인 불 대수(Boolean Algebra)’이다. 2가지의 선택지들(/아니오, 맞다/틀리다 등)이 주어지고, 이전까지의 선택의 결과들을 근거로 특정한 규칙들에 의거해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과 동물의 신경 체계도 이전 판단으로부터 이후 판단을 수행하는 일련의 계산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신경 또한 연속적인 정도의 자극에 대해서 이분법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신경 체계는 뉴런과 뉴런, 그 사이의 시냅스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지며, 뉴런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기는 하지만 거칠게 따지자면 이들 또한 일종의 대량화된 계산 기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경 체계에서는 어떻게 과거의 선택들을 근거로 새로운 선택들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의 작동 결과들을 미래의 사용을 위해 보존하는 능력을 기억(memory)’이라고 부르자. 기억에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 인간의 이러한 기억 또한 계산 기계로부터 유추해서 이해할 수 있다. 단기 기억은 입력된 계열이 폐쇄된 회로를 떠돌게 하는 방식으로 생성될 수 있다. 이 때, 이 폐쇄 회로는 특정한 외부 간섭이 주어질 경우에 흐트러진다.

  

   그렇다면 장기 기억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에게는 과거에 수행된 대량의 판단을 보존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는 정보를 보존함에 있어서 콘덴서, 사진 등을 사용하며, 이 때 사진이 좀 더 믿을만한 정보 보존법이라 할 수 있다. 짧은 노출 시간 동안에 정보를 기억한 다음 그 정보를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에도 단점이 있는데, 왜냐하면 장기 저장된 기억을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의 경우, 뉴런과 시냅스의 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것들이 상호적으로 맺는 다발의 형태에 따라서 장기적인 기억이 저장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논리에 대한 연구는 논리 기계에 대한 연구로 환원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논리는 인간의 마음의 한계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러셀(Russell)의 역설을 직면했을 경우, 계산 기계는 끊임없이 아니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러셀은 자신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형(type)’의 개념을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고안한 논리를 기계에 적용할 수 있다. 기계 또한 학습의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들은 수동적인 마음에 인상과 관념들이 작용하고, 이 인상과 관념들을 조합하는 힘에 의해서 사고가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이 때 인상과 관념들은 유사성(similarity), 근접성(contiguity),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 항상적 결합)’라는 세 가지 원리들을 통해 구성된다. 영국 경험론 철학자들의 착상을 계산 기계적 관점에서 구현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로크에 있어서의 개념의 근접성행위의 근접성으로 전환시켜 보여준 것이 파블로프(Pavlov)이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을 떠올려보자. 이 실험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신경 체계의 모든 과정들이 유리한 조건 반사에 호의적인 것으로 변화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때 조건 반사의 작동 또한 일종의 되먹임 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조건 반사를 되먹임 구조와 동일시할 수 있다면, 그리고 조건 반사를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학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학습또한 일종의 되먹임 구조가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시냅스의 투과성(permeability)의 변화를 통해 기억이 대량으로 저장되는 것을 본따서 인공적인 기계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산 기계는 편미분방정식을 푸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선형 편미분방정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을 푸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계산적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의 풀이는 자연에서 빚어지는 복잡한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며, 이 풀이를 위해서는 고유의 수학적 기법들이 요구되므로 계산 기계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수학자들이 필요하다. 편미분방정식을 푸는 계산 기계를 만들 경우, 자주 사용되는 특정한 메커니즘이 아닌 비교적 표준적인 메커니즘을 위한 조합(assemblage)을 만들 경우에는, 그 조합이 다른 기능들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도록 범용적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규모의 계산 기계는 상당히 많은 열을 발산시키는데, 뇌 또한 계산 기계라고 생각한다면 뇌는 굉장히 효율적인 기계라고 볼 수 있다.

 

6: 형태(Gestalt)와 보편자(Universals)

  

   위너는 6장에서 우리가 시각을 통해 형태를 인지하는 과정 또한 계산적 관점에서 보여주려 한다. 개념의 연합이라는 로크의 착상에 신경적 메커니즘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시각적 형태의 인지는 유사성 인지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정한 형태와 유형을 식별하는 우리의 능력은 어디에서부터 유래하는 것일까? 우리의 시각 활동은 일종의 시각-근육 되먹임 체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제는 일종의 항상성 유지 기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주목을 끄는 대상을 표준적인 위치와 방향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시각상의 변동을 최대로 줄이려고 하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별 상관이 없는 시각 정보를 담고 있는 뉴런의 경로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며, 시각 중심에서의 시각 정보는 우리의 기관과 일대 일 대응을 하는 반면 시각 주변에서의 시각 정보는 우리의 기관과 일대 다 대응을 한다.

  

   즉, 시각에서의 형태 인식은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최소화시키는, 일종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되먹임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눈은 형태의 경계 부분에서 가장 큰 자극을 받으며, 쓸모 없는 정보량을 줄인다. 시각 이미지를 형태화시킨 다음에는 그 형태화 된 이미지를 이전까지 기억에 저장된 형태들과 비교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사물에 대한 가능한 시각 관점의 변환들은 일종의 군(group)을 이룬다. (주어진 집합에 두 개의 연산이 정의되어 있고, 해당 집합이 두 연산들에 대해 닫혀 있으며, 그 연산들에 대한 항등원과 역원이 존재할 경우에 주어진 집합에서의 연산들은 군을 이룬다고 한다) 이 때 군 스캐닝(scanning)의 방법으로 군 공간의 모든 영역이 표상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3차원의 시각적 상을 2차원의 그것으로 변환시키는 텔레비전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보철물을 고안하는 데에도 이러한 관점은 유용하게 적용된다. 맹인을 위해서 책을 대신 읽어주는 기계에 시각-근육 되먹임 기제가 사용된다. 광세포가 문자를 인식하고 문자 인식을 토대로 높은음/중간음/낮은음의 지속 시간을 기호화시키면, 이 기호를 토대로 기계가 발음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광세포를 통한 문자 인식의 과정이 한결같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데 있다. 시각 형태를 감지할 경우에도 먹큘록(McCulloch)이 제시한 기제가 사용될 수 있으며, 이 기제는 모든 종류의 군 스캐닝에 적용될 수 있다. 군 스캐닝과 관련해서, 뇌의 알파(alpha)파는 시각 형태 인지에 특별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특히 요가 수행자들이 집중을 하는 경우(깨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에 알파파는 가장 완벽한 주기성(periodicity)을 보여 준다. 우리가 만약 각 감각 기관을 통한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는지에 대한 기제를 파악한다면, 이를 보철물을 고안하는 데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이런 까닭에 보철물 제작에 관한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생각들

  

   신경 체계를 일종의 계산 기계로 보는 아주 거친 관점을 위너는 제시하고 있다. 계산 기계는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계산 기계에는 계산 절차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의 계산 결과에서 새로운 계산 결과를 도출하는 논리적 절차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논리적 절차는 인간이 기계에게 부여해야 하는 것이고, 이 절차를 기계 스스로 보정할 수 없다면, 논리 기계를 고안하는 데에는 항상 수학자가 필요하다. 논리적 절차를 기계 스스로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복합적인 되먹임 과정을 통해 대량의 정보가 장기적으로 저장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를 위너가 보여주고 있지 않아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여전히 컴퓨터는 장기기억장치와 단기기억장치 모두를 물리적인형태로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아무리 계산 속도가 빨라졌다고 하더라도 컴퓨터의 기억 방식은 여전히 원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뇌에서처럼 시냅스의 연결 방식, 연결 형태, 혹은 투과성(permeability)을 통해서 기억을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계를 구현할 수 있는가? 혹은 이미 구현되어 있는가? 생물학적 컴퓨터(bilological computer)라는 개념에서 이러한 기억이 구현되는가?

  

   위너는 시각 형태에 대한 인지 또한 항상성 유지를 위한 일종의 되먹임 작용으로 이해하고 있다. 인지 가능한 시각 영상들의 집합이 일종의 군(group)을 이룬다는 것, 시각 영상들 사이에서 일종의 군 변환(group transformation)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한 시각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정보는 신체의 기관과 일대 일 대응을 하고 시각의 주변부에 위치하는 정보는 신체의 기관과 일대 다 대응을 한다는 사실 또한 재미있다. 우리가 외부 세계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길이를 측정하고 속도를 측정하는 측정의 과정 또한 일종의 항상적인 되먹임 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생물학적인 측정 또한 일종의 계산적 절차로 생각할 수 있다면, 측정을 일종의 군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종류의 측정들(군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변량을 찾을 수 있다면, 측정과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고정된 구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