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카플란, [지표어 이론] 요약 정리

강형구 2016. 6. 26. 06:38

 

카플란(Kaplan), Demonstrative09~17

 

   지시사(demonstrative)를 포함하고 있는 명제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 명제의 진리치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 그 진리치와 관계되는 개체는 그 다른 상황의 맥락 속에서 지시되는 개체가 아니라 기존의 맥락 속에서 해당 명제가 평가될 때 지시되었던 개체이다. 반사실적(counterfactual) 상황을 제시해서 유관한 개체를 식별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본질적인 특징과 지시사를 통해 지시되는 것과 유관한 특징이 같을 수는 없다. , 지시사가 지시하는 것은 반사실적 상황과 관계가 없다.

 

   모든 지시에는 지시하는 특수한 방식이 있으며, 이 경우 지시의 뜻은 지시의 방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지시사에 대한 이론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프레게의 지시 이론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프레게적인 지시사 이론을 수립할 수는 없다. 이는 지시(referent)와 뜻(sense)의 구분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시사의 뜻을 함수적으로 결정하지는 못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지시사를 지배하는 구문론적 규칙이 없으며, 서로 다른 청중에게는 같은 지시사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시체를 고정하는 것동의어를 제시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가리키며 라고 말할 때, “‘는 지금 내가 가리키고 있는 남자이다라고 하는 것은 라는 지시사의 지시체를 고정시키는 언어적인 규칙인 것이지 에 대한 동의어는 아니다. 라이헨바흐는 사례 지시사(token-reflexive) 이론을 제시했는데, 그에 의하면 지시사는 개별적 사례(token)를 지시하고 따라서 그 의미 또한 개별 사례를 지시한다. , ‘지금 이 발화 사례를 말하고 있는 사람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면 만약 이 발화 사례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할 수 있게 되므로 이 이론은 적절치 않다. 적어도 지시사에 관련해서는, 지시되는 것을 고정시키는 의미론적 규칙이 해당 표현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지식 모두를 포괄한다.

 

   지표사(지시사)의 의미를 언어적인 것으로 등치시키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 다만 지시사에 따라서 그 의미를 고정시키는 의미론적 규칙을 제시할 수 있다. 직접 지시적인 단어나 구절의 경우 그것들의 지시체는 그것들의 의미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용의 맥락에 따라서 내용이 결정되고, 지표사가 없는 언어적 표현의 경우에는 모든 맥락에서 동일한 내용을 가지므로 고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지표사는 직접 지시적이고 그 지시를 위해 사용되는 성분 구절들은 직접 지시적이지 않으므로 지표사에 대한 동의어를 찾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시사에 대한 논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같은 맥락에서 전제들 및 결론을 평가해야하기 때문에, 의미론에서는 시간적 요소가 포함되는 발화가 아니라 특정 맥락에서 발생한(occured) 문장을 다룬다. 모든 맥락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만 발생하며, 맥락 c에서 문장

가 발생했을 경우, 맥락의 상황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가 참인 경우에만

는 참이다. 구조(structure)란 가능한 맥락을 결정짓는 것이며, 참이란 특정한 구조에 소속되고 그 구조에 관한 모든 맥락에서 참이다. 논리적 참이란 모든 구조에서 참인 참이다.

 

   다양한 맥락에서 일어나는 단어나 구절의 발생을 통해 지시되는 것을 특징짓는 규칙들이 순수 지표사의 의미를 구성한다. 특성은 주어진 맥락에서 발생한 단어와 구절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특성은 단어나 구절의 유형(type)에 적용되고, 내용은 맥락 속에서의 단어나 구절의 발생에 적용된다. 특정 맥락에서 두 구절이 발생했을 경우 그 특성에서는 다르지만 내용이 같을 수 있고 그 역도 가능하다. 특성과 내용의 관계는 의미와 지시체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며, 특성은 내용을 표상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지시(demonstration)는 개체를 표상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특정한 반사실적 상황에서 주어진 지시는 실제로 지시된 개체가 아닌 다른 개체를 지시할 것이다. 어떤 개체를 지시하는 데 실패한 지시도 다른 것을 지시할 수 있고, 어떤 개체를 지시한 지시 또한 그 어떤 것도 지시하지 않을 수 있다. 주어진 지시는 실제의 발화자가 아닌 다른 행위자에 의해서도 수행될 수 있으며, 이는 같은 장소나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특정한 맥락에서 설정된 지시는 내용을 결정하며, 지시의 발생이 고정된 내용을 가질 필요는 없다. 특성이란 지시가 표상되는 방법이며, 지시사는 지시에 의해서 충족되어야 하는 불완전한 표현이다. 완전한 지시사의 특성을 다음과 같은 의미론적 규칙을 통해 제시할 수 있다.

 

   어떤 맥락 c에 있어서도

는 지시되는 것을 지칭하는 직접 지시적인 용어이다. , 이 때

는 지시사이고

는 지시사를 통해 지시되는 것이다.

 

   지시는 맥락과 분리될 수 없고 따라서 되풀이 될 수도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고, 그 반론에 맞게 이론을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 지시사에 대한 지표적 이론이 되어버리며, 분리될 수 있는 표상의 방법으로서의 지시사의 역할을 부정함으로써 지시사와 다른 지표사들의 구분을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까지 제시된 지시사에 대한 수정적인 프레게적 이론은, 지시의 유형을 문장의 유형과 통합함으로써 의미의 차이에 따르는 정보 제공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고의 대상은 내용(content)이고 사고의 인식적 중요성은 특성(character)이다. 한 단어나 구절의 인지적 중요성은 그 내용이 우리에게 표현되는 방식인 특성을 통해 식별되어야 한다. 우리가 특정한 명제에 대한 상이한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은 직접 지시라는 개념적 도구를 다룰 수 있는 우리의 능력때문이다. 논리적 참의 담지자와 우연성의 담지자는 서로 다른 존재다. 논리적 참은 특성이지만 우연적인 것이나 필연적인 것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