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생각하는 것이지만, 세상의 아주 많은 일들은 우연을 계기로 이루어진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한 서점에서 라이헨바흐의 책을 발견한 것도 우연이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계속 공부하여 과학철학 박사 및 교수가 된 것도 우연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지금까지 변두리에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변두리란 중심과는 상반되는 개념어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나는 지금껏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일보다는 남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을 해왔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억지스럽게 블루오션을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정말 흥미롭고 진짜인 것을 발견했는데, 단지 그게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라이헨바흐도 그렇다. 내 생각에 라이헨바흐는 칸트만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