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6

노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과연 박사학위 논문이란 무엇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시기다. 오늘과 내일은 내게 남은 2021년 마지막 연차휴가다. 아침에 세 아이들을 모두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주어진 자유시간에 집 근처 카페에서 박사학위 논문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날인 내일까지 지도교수님께 내 학위논문의 주요 장들(Chapters)을 제출해야 한다. 원고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정리된 글들을 다시금 읽어보며 교정하고 있다. 현재로서 나의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포함하여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서론과 본론을 빼면 실질적으로 9개의 장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는데,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주요 장은 총 5개의 장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남은 4개의 장을 완성한 후, 내년..

시공간 철학에 관한 두서 없는 생각들

나는 시간과 공간의 철학과 관련하여 최근에 독일에 재직 중인 과학철학자 마르코 지오바넬리(Marco Giovanelli)를 주목하고 있다. 과학철학의 역사를 보면, 시간과 공간의 철학에 관한 계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7세기 말에 뉴턴(1642-1727)이 자신의 물리학을 제시한 이후,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과 상대성에 관해 뉴턴과 라이프니츠(1646-1716) 사이의 논쟁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하위헌스(1629-1695)는 시간과 공간의 상대적 개념을 옹호했다. 뉴턴의 회전 사고 실험(물이 담긴 양동이의 회전, 끈으로 연결된 두 개의 구체의 회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이 우세를 점하는 듯 보였다. 19세기 전반에 수학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발견(가우스, 볼리야이, 로바체프스키)..

보편력에 관한 단상

물리학에서 막대와 시계가 필요한 이유는, 시계를 통해 물리적 사건이 발생한 시간을 측정하고, 막대를 통해 물리적 사건이 발생한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보편력(universal force)은 그 정의상 특정 기준계 A에 속한 관측자가 식별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보편력은 차폐시킬 수 없고, 모든 물질들에 동일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쳐, 보편력이 작용하는지의 여부를 관측자의 관점에서 인지적으로 식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상황 즉 중력이 없는 경우, 우리는 시공간의 계량이 유클리드적 계량 법칙을 따른다고 전제를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빛 신호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점들을 식별하고, 서로 다른 점들 사이의 거리 관계를 따짐에 있어서, 우리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법칙..

정치적 사고의 어려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자 여기저기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나는 정치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서 몹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나의 정치적 사고가 소박하다(naive)는 점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나의 사고를 정교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정교화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집값,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싸고, 이러한 집값이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월급으로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버는 사람들이 수도권의 집값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겠는가. 아무리 발버..

일상 이야기 2021.12.13

진짜를 알아보는 행복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편견은 감염병처럼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100명의 사람들 중 99명이 감염되고 1명이 감염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이 어느 정도 지속된다면,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감염된 99명의 사람이 ‘정상’으로 여겨지고 나머지 감염되지 않은 1명의 사람은 ‘비정상’으로 여겨질 것이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계관 역시 하나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알고 있던 방식 이외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때 비로소 ‘사고의 독립성’이 중요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하되,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나 자신의 힘으로 독립적으로 행하는 것이 ‘사고의 독립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독립성’을 갖추는 것은..

일상 이야기 2021.12.10

2021년의 막바지

2021년이 저물어 간다. 간단하게 올해를 돌아보려 한다. 우선 2020년 6월에 태어났던 쌍둥이가 무사히 돌을 맞았다. 쌍둥이는 어린이집에도 잘 나가고 있다. 다행이다. 셋째의 왼쪽 눈 위가 찢어지고, 둘째가 왼쪽 허벅지에 화상을 입는 등 몇몇 일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들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으레 겪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과학관에서는 내가 올해 계획한 일들을 충실하게 했다. 과학관의 과학기술자료들을 700점 이상 추가로 등록했고, 대구 경북 의학사 연구를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협력하여 진행했다. 자격루 전시관 조성을 위한 자격루 복원설계를 영남대학교 기계공학과와 협력하여 진행했고, 2년에 걸친 산업과학기술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10월 말에 전자산업 특별전을 무사히 오픈했다...

일상 이야기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