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조금 더 실용적으로

강형구 2026. 6. 14. 07:16

   내가 2026학년도 1학기에 23학점 수업을 하는 이유는 일종의 과도기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윤리교육과의 2개 과목(로봇의 윤리학, 논리와 비판적 사고)을 계속 담당하면서 매 학기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치는 첫 번째 학기다. 그런데 향후 윤리교육과 과목은 해당 학과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교양학부 소속인 내가 굳이 윤리교육과 수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교양학부 개설 교과목만 담당하게 될 경우 내가 운영하는 수업은 적절한 수준(10학점 또는 12학점)으로 유지된다. 그러니까 이번 학기는 일종의 비정상적 상황인 것이며, 이런 상황은 향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그러기를 바란다). 한 학기 동안 정말 쉽지 않았는데 학기 말이 되니 마음이 퍽 편해진다. 수고했다, 수고했어.

 

   나는 아직 교수라는 직업을 학습하는 과정에 있다. 첫 직장이던 한국장학재단에서 행정 업무를 5년 6개월 했는데, 국립대구과학관으로 이직하니 이것저것 새로 배울 것들이 많았다. 두 번째 직장인 국립대구과학관에서 6년 7개월 근무한 다음 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에 부임했다. 행정 업무와 전시 연구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교수로서의 삶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교수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매년 계속 교수라는 유형의 삶을 계속 배우는 중이다. 특히 나는 학과 소속이 아닌 교양학부 소속 교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 결과 내가 최근 내린 결론은 조금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나 자신이 지금까지 제법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삶을 살아왔다. 사실상 나를 순수한 정통파 학자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의 현실적인 삶이 마음에 든다. 나는 가급적 현실과 괴리된 담론은 피하려 한다. 나의 과학사, 과학철학 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쓰임새가 있을 것인가? 학생들에게 나의 강의가 얼마나 유용한가? 지금 학생들은 나의 강의를 자신들에게 유용하다고(쓸모 있다고) 생각할까? 학생들에게 유용하지 않다면 나의 강의는 대체 어떤 의미일 수 있겠는가? 나는 대학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재미있고 쓸모 있는 교양 과학사와 교양 과학철학 강의를 운영할까?’이다.

 

   예를 들어 과학사 수업 내용은 학생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쓰일 수 있나? PSAT 시험에서 과학사 내용이 출제되고, 준학예사 서술 시험 과목 중에도 ‘과학사’가 있다. 최근에 중요한 문제가 되는 과학 내용 중에 과학사와 관련된 게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과학사의 담론이 학생들의 실제 생활과 연결될 수 있나?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그저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에 직접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 교수 생활 3년 차에 들어선 올해 특히 나는 이런 종류의 고민을 자주 하고 있다. 나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보다는 학생들의 관점에서 생각하자. 나의 시간보다는 학생들이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시간, 학생들의 시간을 수업에서 더 많이 확보하자.

 

   거듭 생각해도 나의 존재 가치는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서 발생하고, 학생들이 정말 재미있고 얻어갈 게 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 내가 정말 잘해야 하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철학자들이 인정할 만한 좋은 논문을 쓰는 일도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내가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시선은 계속 학자들이 아닌 학생들에게로 간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쓸모 있는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이 내 안에서 점점 깊어지고 있다. 대학교수와 대학생이 있을 때 누가 주인공이라 생각하나? 당연히 대학교수가 아닌 대학생이다. 대학교수는 대학생이 앞으로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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