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평화광장 앞 바다를 바라보며

강형구 2026. 6. 4. 08:12

   어제인 6월 3일은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이미 사전 투표를 마쳤던 나는 오전에 목포 시내의 한 카페에서 목요일 수업을 준비했고, 점심때는 평화광장 근처에 있는 한 한정식집에서 전남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을 만나 식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까지 먹고 교수님과 헤어진 후,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잘 준비된 둘레길을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갓바위가 나왔고, 계속 걸어가니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해양유물전시관이 나왔다. 해양유물전시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둘러본 후 다시 평화광장 쪽으로 걸어 돌아왔다. 사실 유물전시관 앞에 목포자연사박물관도 있었지만 방문하지 않고, 후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나를 뽑아주는 대학이 있다면 어디로든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임용을 지원했다. 그렇게 국립목포대학교에 임용된 후 2년 3개월이 지났다. 나름 바쁘게 열심히 그 세월을 지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여전히 목포와 전라남도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사실 이건 나란 사람의 특징이기도 하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부산 곳곳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처음부터 별 관심이 없었다. 부산은 특히나 바다로 유명하지만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는 바다가 아니라 좋은 산(금정산)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산에 자주 다녔다. 또한 나는 책을 좋아했으므로 큰 서점이 있던 서면 지역을 자주 방문했다.

 

   평화광장 바다 앞에는 작고 큰 배들이 제법 있었고, 저 멀리 해상 교각을 짓는 모습도 보였다. 바다와 함께하는 삶의 풍경. 평화광장에는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도 휴일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올해 3월부터 주민등록상 목포 시민이 된 나는, 이제는 조금씩 목포라는 공간에 친숙하고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대체 이방인은 어떻게 현지인이 되는 걸까? 내가 서울에서 살면서 정말로 서울 사람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강원도 홍천에서는? 세종시에서는? 대구에서는? 나는 부산 출신이지만 내가 정말 부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 지역의 사람이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주민등록만 되어 있으면 그 지역의 사람인가?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근데 나는 의외로 그 답이 간단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냥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곳에 정을 붙이고 살면 된다. 세상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 오늘날처럼 전 세계적인 규모로 경제가 작동하고 연결된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내가 마음에서 우러난 정을 주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 나는 너무나 오래전부터 내가 사는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으므로, 그냥 목포 시내에 내가 좋아하는 몇몇 장소를 만들고 그곳을 찾아가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산책하든, 시간을 보내면서 살면 된다. 당연히 나는 학교에 있는 연구실을 너무 좋아하지만, 사람이 계속 연구실에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 시내에 나가 맛있는 음식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살아야지.

 

   특히 평화광장 근처에는 해양유물전시관, 자연사박물관 등 전시관이 많아서,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의 취향에 맞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 이곳에 자주 와야겠구나. 괜찮은 한정식집은 하나 알게 되었으니(보리굴비가 너무 맛있었다), 근사한 카페를 하나 찾아서 단골로 만들어야겠다. 바다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번역하거나 논문을 써도 되겠군. 사람은 이렇게 적응하고 익숙해지면서 이냥 저냥 살아가는 거 아니겠는가. 때마침 사람이 적고 분위기는 좋은 작은 카페 하나가 주차해 둔 장소 근처에 있어, 그곳에서 수업 준비를 마무리하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어떤 지역에 정을 붙이고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를 많이 생각한 하루였다. 나도 전라남도 사투리를 배워볼까? 그런데 그게 억지로 배워서 되겠나. 사람들이랑 계속 부대끼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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