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이번 지방선거(2026. 6. 3.) 결과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우선, 대구시 달성군민에서 광주와 전남 목포 시민이 된 이후의 변화를 말해 보자. 주민등록을 대구에서 광주, 전남으로 옮기고 보면 선거에 대한 정서가 크게 달라지는 걸 실제로 느낀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대구에서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과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느끼지만, 광주, 전남에서는 자신의 전체적인 정치적 정체성이 충분히 인정받는다는 안정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정확히 그 반대다. 그는 정치와 관련하여 대구에서는 심리적 안정감과 자부심을, 광주, 전남에서는 일종의 무력감과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달성군민으로서 제법 오래 살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박형룡 후보를 안다. 국립대구과학관의 각종 행사에도 참여하셨던 분이라서 직접 인사를 나눈 적도 있다. 아마도 달성군민들은 대부분 박형룡 후보를 한 번씩은 만나봤을 정도로 열심히 정치 활동을 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달성군 특히 유가읍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다. 그 상징은 엄청나다. 달성군의 많은 사람이 박형룡 후보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마음이 쏠리기는 하지만,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대구시 달성군의 정치적 정체성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나의 주소지였던 테크노폴리스는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살아가는 곳이라 그 결과가 좀 달랐을지 모르나, 달성군 전체로 보면 정치적 정체성을 바꾸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이번에 국민의힘 이진숙 후보가 당선된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것.
전남 목포 시민인 내게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비교적 무난하게 다가왔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남의 선거 결과를 보면서는 민주당이 방심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정치적 정체성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대체 그 옳고 그름을 누가 규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당에서는 민주당 중심으로 옳고 그름을 규정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의힘 중심으로 옳고 그름을 규정한다. 결국 상대 진영을 설득하고 우리 진영을 결집하기 위해 끝까지 집요하게 노력하는 쪽이 이긴다. 게임의 승패는 오로지 선거의 결과에 달려 있다. 선거에서 지면 그냥 진 것이다. 다른 누구를 탓할 이유가 없다. 어떤 점이 잘못되었고, 어떤 세대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문제이고... 이런 말들은 별 영양가 없는 사후약방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젊은 세대를 철없고 어린 사람들 취급하면 절대 안 된다. 나도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20대 청년들은 정말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산다. 어떤 의미에서 청년들은 모두 대한민국 사회라는 정글 속 생존자들이다. 40대의 잣대로 20대를 재단하고 해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 두 세대 사이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나 역시 20대 학생들을 대할 때 일종의 세대 차이를 느끼며 나 자신의 ‘꼰대스러움’을 실감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통뿐이다. 내가 상대를 잘 모른다는 걸 받아들이고 대화하고 부대끼며 서로 이해해 가야 한다. 당연히 그렇게 소통한다고 해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경우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지점에서 끝나기 때문에, 그만큼 공감과 설득을 위해서는 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젊은 세대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오히려 새롭게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그들로부터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우려 해야 한다. 後生可畏라. 젊은 세대를 보며 낡은 세대는 가히 두려움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젊은 세대는 낡은 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이므로, 낡은 세대는 젊은 세대에게서 자신들이 지금껏 어떤 세상을 만들어 놓았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낡은 세대는 거울을 본다는 생각으로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청년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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