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무리하지 않기로 함

강형구 2026. 6. 11. 07:59

   이번 학기(2026학년도 1학기)에 23학점 수업을 하고 학회 활동 등 이런저런 활동도 하다 보니, 최근 건강에서 적신호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아무래도 욕심을 과하게 부렸던 것 같다. 임용 초기에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10시 이후 퇴근하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저녁 6시 정도만 되면 과하게 피로함이 느껴져 더 이상 작업을 하기 어렵다. 머리카락도 부쩍 많이 빠졌고, 이따금 심장 근처에서 찌릿찌릿함이 느껴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쉬곤 한다. 사람의 ‘진이 빠졌다’라는 표현이 적합한 상태이다. 그런 까닭일까? 최근 나는 내가 너무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는 않았는지, 내가 너무 목표를 과하게 세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사랑할 때는 그게 사랑이란 걸 모르고, 건강할 때는 그게 건강이란 걸 모른다. 맞는 이야기다. 지금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니 곧 50이 된다. 내가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예전에 야심에 차 100, 30, 5라는 목표를 세웠다. 논문 100편, 번역서 30권, 저서 5권이라는 목표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목표가 너무 과도한 것이었음을 실감한다. 이제 나는 나의 체력이나 정신적 활기를 고려하면서 목표를 좀 더 현실적으로 조정하고자 한다. 이제 나는 나의 목표를 30, 10, 3으로 변경한다. 논문 30편, 번역서 10권, 저서 3권이라는 목표이다. 현재까지 내 논문의 수가 22편인데, 이미 부교수 진급 요건은 갖추었으니, 앞으로 8편의 논문을 더 쓰면 정교수로 진급할 수 있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총 9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제 번역은 1권 정도만 더 하면, 그러니까 이 세상에 10권의 번역서를 내놓으면, 그 정도로도 나의 역할은 다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저서다. 논문과 번역서도 좋지만 내 이름으로 내는 책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철학, 논리경험주의 철학, 과학철학 개론. 이렇게 3권 정도의 연구 서적을 집필하여 출간하면,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의 소임은 어느 정도 다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머지 시간은 어디에 쓰는가? 학생들을 좀 더 충실하게 가르치는 데 써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집중하고 몰입하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는 것.

 

   2020년부터 계속 논문을 써온 결과, 나는 논문의 경우 1년에 1편 정도 쓰는 것이 적당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한 해에 너무 많은 논문을 쓰게 되면, 논문의 질이 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논문을 쓰다가 지쳐버리게 된다. 매년 하나 또는 두 개의 주제를 선택해 이 주제에 관해 글을 쓰고,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고, 몇 번 다듬어서 논문을 제출할 경우, 그렇게 탄생한 논문이 우리 학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싶다. 번역서도 마찬가지다. 1년에 1권을 번역한다? 너무 과한 욕심이다. 그렇게 급하게 번역하면 번역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시간을 두고 꼼꼼하고 천천히 번역해야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번역서가 된다.

 

   이후 정교수가 되면 논문보다는 저서 집필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간의 연구 성과를 종합적인 책 형태로 구성하여 세상에 선보일 필요가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교수 재직 기간에는 2권 정도, 퇴임한 이후에는 1권 정도 집필하면 적당하리라. 이렇게 30, 10, 3을 목표로 삼고 실천해 나가는 게 현재의 내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가장 적정하다고 본다. 내가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100, 30, 5는 너무 과도한 것이었다. 물론 그런 과도한 목표 설정의 장점이 있긴 하다. 그 목표 때문에 열심히 일을 했으니까. 하지만 목표라는 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법이다. 나는 나의 건강을 너무 과하게 신뢰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제 나는 신체적 능력이 급속하게 쇠퇴하는 시기로 접어들었고, 이를 냉혹한 하나의 사실로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이 깨닫게 된 현실에 맞게 내 삶을 적절하게 조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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