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개인적이며 상식적인 역사 이해

강형구 2026. 5. 24. 07:34

   얼마 전 5. 18.이 있었다. 1980. 5. 18. 광주 민주화운동. 5. 18.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4. 19.를 떠올리게 된다. 1960. 4. 19. 혁명.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를 계기로 촉발되었다. 1980. 5. 18. 광주 민주화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1979. 10. 26.)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군부가 집권하면서 이에 저항하여 광주 시민들이 일으켰던 민주화운동이다. 4. 19.의 정신과 5. 18.의 정신. 이 두 사건은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오로지 역사책에서만 배웠던 사건들. 나는 1982년에 태어났다. 이후 1987년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직선제 개헌이 되었다. 이때 나는 6살이었고 유아원에 다녔지만 이에 관한 기억은 없다. 부모님께서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셨기 때문인지 모른다. 당시 사람들과 함께 거리 혹은 광장에 모였던 기억은 없다.

 

   이후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겪었고 나는 그런 민주화의 수혜자이다. 내가 입학할 당시에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고, 부모님께서는 학교 입학 전에 나에게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라고 하셨는데, 이를 외우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국민교육헌장’은 모든 교과서 제일 앞에 있었다. 그런 ‘국민학교’가 어느 시점에서(내가 졸업하고 난 뒤) ‘초등학교’로 바뀌었고, ‘국민교육헌장’도 교과서에서 없어졌다. 나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수혜를 입었다. 우리 가정은 당시 새롭게 형성되고 있던 중산층 가정 중 하나였고, 덕분에 나는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창 시절을 보냈다.

 

   민주화는 일반적인 교육 과정에도 반영되어, 나는 4. 19. 혁명과 5. 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교과서로 배웠고, 교과서의 내용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심지어 이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의 역사는 내 모국의 역사이지만 하루하루 사는데 바빠 역사 공부를 주기적으로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나 역시 한국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기 시작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 가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안 그래도 소박하고 검소했던 나의 소비 성향은 이때 이후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여 생활하던 시기에는 ‘인문학의 위기’ 담론이 팽배해 있었고, 실제로 나처럼 인문학(철학)을 전공해서 졸업한 학생들은 취직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2004년 이라크 파병 당시에는 이를 반대하기 위해 나 역시 국회 앞에서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4년, 육군 학사장교 면접시험에서 미국에 관해 비판적으로 언급했던 나는 놀랍게도(?) 장교 시험을 통과했다. 이후 나는 육군에서 복무하며 때때로 소대원, 중대원을 대상으로 안보 교육을 담당했다. 이를 보면 나의 정치적 성향이 비교적 중립적이고 상식적임을 알 수 있다. 장교 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때 온 나라가 울음바다였고, 나 역시 며칠 동안 눈물을 흘렸으며, 서울 시내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 방문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때 느꼈던 비통함은 내 개인의 것이라기보다 한국인 전체가 일반적으로 공유했던 무의식적 역사, 기억, 정서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이제 5. 23.은 나와 같은 연배의 사람들에게 하나의 역사적 상징이 되었다.

 

   이후 세월호 참사(2014. 4. 16.)가 일어났다. 그때 느꼈던 비현실성, 무력감, 참담함을 잊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이 TV를 보며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비슷한 일이 이태원 참사(2022. 10. 29.) 때도 일어났는데, 그때도 나는 ‘이게 정말 현실일까?’ 싶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독특한 바람일까? 너무 상식적인 거 아닌가? 앞으로는 대통령이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유별난 일인가? 이건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상식적인 역사 이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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