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 김광진은 잘 모른다. 하지만 뮤지션 김광진의 음악은 잘 안다. 내 또래의 사람 중 그의 노래 “마법의 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어린 학생이던 시절 “마법의 성”을 통해 김광진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처음 느낌 그대로”, “사랑의 서약”을 작곡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의 음악이 더 내 마음에 들게 했다. 그게 대체 언제인가?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뮤지션 김광진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파격적인 패션으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전까지 김광진의 이미지는 반듯하고 평범하고 수수했기 때문에 그는 일종의 ‘반전’ 변화를 일으킨 거다.
며칠 전 그의 음악을 들으며 크게 감동한 나는, 이를 계기로 새삼스럽게 나라는 사람의 ‘수호천사’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한 명의 인간인 나를 지켜온 것 이른바 나의 ‘수호천사’는 과연 무엇일까? 음악이 나의 수호천사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김광진, 조규찬, 김현철, 이소라, 전람회, 김종서, 유재하, 서태지와 아이들, 신해철, 이은미... 나는 비교적 외국 뮤지션들의 음악은 잘 듣지 않았고 주로 국내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었다. 만약 이들의 음악이 없었으면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을 결코 제대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위로와 행복이 너무 강렬했다.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음악과 더불어 나를 지켜준 것은 영화였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타락천사.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 등. 중고등학생 시절뿐만 아니라 대학과 군대 시절에도 영화가 없었다면 나는 그 답답했던 시절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나의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느낄 때마다 어김없이 영화를 본다.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고,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 괜찮아 보이는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간다. 세 아이 중 아들이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점에서 나를 닮았다. 두 딸은 나만큼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수호천사는 글쓰기다. 나는 거의 습관처럼 매일 글을 쓴다. 그것은 개인적인 글일 때도 있고 공식적인 글일 때도 있지만, 나는 꾸준히 글을 씀으로써 내 삶의 순간순간을 정리하고 미래를 계획해 나간다. 지금껏 글쓰기가 나의 삶을 구해준 경우가 여러 번 있다. 특히 연애하던 시절 나는 아내에게 정말 열심히 편지를 썼다. 그렇게 열심히 편지를 썼기에 아내와 결혼까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에게 이런 소소한 글쓰기 재주가 없었다면 나는 결혼하지 못하고 결국 나의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글을 써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쓸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쓰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가장 중요한 수호천사는, 너무 상투적이겠지만, 나의 가족들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늘 나를 이 세상에 붙들고 계셔 주셨던 나의 부모님, 결혼한 이후에는 부모님과 더불어 아내와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를 지켜준다. 결국 나는 뮤지션 김광진의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를 인간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 않는가. 나와 인간적으로 가장 친밀하고 소중한 사람들은 바로 내 가족 아니겠나. 아들이자 남편, 아빠인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믿어주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생각해 보니 음악, 영화, 글쓰기, 가족이 나의 수호천사다. 참, 과학철학 연구자니까 과학철학을 내 마지막 수호천사에 포함해야겠다. 사실 과학철학은 그냥 내 직업이고 삶이라 딱히 나와는 별개로 독립된 수호천사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과학철학은 내 삶에 너무나 중요하다. 그것은 참으로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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