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글쓰기 연습

강형구 2026. 4. 29. 08:15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적어도 중학생 시절 이후부터 계속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생 때 시인 이상(李箱)의 시집을 읽으면서 시 비슷한 걸 쓰려했고, 파트뤼크 쥐스킨트의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비슷한 걸 쓰려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써서 어떤 응모를 한 적은 없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신문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평론 비슷한 글을 쓰긴 했지만 그건 학교 내부에서만 보는 글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커뮤니티에 글을 썼지만 그건 그냥 지인들 사이에서 내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소소한 글이었다. 이런 소소한 글쓰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썼고, 싸이월드가 없어진 후에는 국내의 한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web + log, blog)에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그러했고 앞으로도 나는 나의 글로 어떤 문학상에 지원할 생각이 없다. 나의 소소한 글쓰기는 그야말로 개인적인 수필 혹은 에세이에 지나지 않으며, 나는 글을 쓰면서 높은 완성도의 글쓰기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내가 그냥 하루하루 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남기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나에게는 일종의 ‘기록’인 셈이다. 오히려 나는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가 모든 인간이 가진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소박하게 실현하는 일이라고 본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사상, 생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구현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글쓰기다. 큰돈이 들지 않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누구나 의지만 가진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내가 국립대학교 교수라는 점이 약간 신경 쓰이기는 한다. 대학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공인이며 그 언행에 있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자유로운 글쓰기이긴 하지만 나의 공식적인 사회적 위치를 망각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나는 교육공무원이므로 정치적으로 심하게 편향된 경향을 보이려 하지는 않으며,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원칙을 지키는 한에서는 가급적 자유롭게 글을 쓴다. 나에게 책의 일부분, 공식 보고서, 논문 등을 쓰는 것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글쓰기와는 다른 성격의 작업이다. 그런 글쓰기는 무게를 잡고 제대로 써야 하며 편하고 자유롭게 쓰는 글과는 다르다.

 

   가끔은 내가 습관적으로 소소하게 일상적인 글쓰기를 하는 시간을 더 진지하고 공적인 글쓰기에 투자하는 게 어떤지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 주변의 지인들은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소소한 글쓰기를 너무 자주 하는 게 아닐까? 그보다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이런 질문들 자체가 불필요하게 어깨에 힘을 주는 태도로부터 나오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나는 이런 소소한 글쓰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해 왔고, 그러한 글쓰기의 기록들이 내 블로그에 남아 있다. 직장인에서 대학교수가 되었다고 해서 정말 뭔가 크게 바뀐 것일까? 그냥 나는 나일 뿐이고, 나는 여전히 소소하고 소박한 글쓰기에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사람 아닌가?

 

   글쓰기가 뭔가 어려우며 거창하며 진지한 일이라는 생각에 대한 도전 혹은 거부. 그저 편안하고 소소한 느낌으로 글을 쓰는 것. 사실 나는 그런 가벼운 글쓰기를 실제로 실천하면서 사는 것 자체가 내 글쓰기의 가장 큰 의의라고 본다. 소소한 글쓰기를 논문 글쓰기처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생각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람 각자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우리 사회 공동체는 그것을 인간이 갖는 하나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인정하는 거 아니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 소소한 일상적 글쓰기의 주된 의의는 그것이 한 인간의 ‘표현의 자유’를 실현한다는 데 있을 뿐,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거창한 의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글쓰기가 정확히 의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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