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것들을 모른다. 예를 들어, 나는 남성이고, 40대 중반이며, 직장인이다. 그러므로 여성에 대해, 내 나이 또래가 아닌 사람들에 대해, 취업을 준비하거나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맛집에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 맛집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잘 모르고, 자동차 브랜드나 신형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 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잘 모른다. 결국 나는 내가 나라는 이유로 인해 자연스럽게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있게 됨을 깨닫는다. 사람이니까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모르는 걸 알려 하는 것, 실제로 그걸 알아가는 과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모른다는 상황 그 자체가 나쁜 것일까? 내가 한 명의 인간 개체로서 살아가는 이상 나는 많은 것들을 모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선 모른다는 게 나쁜 건 아니라는 점, 적어도 그게 나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자.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모르는 상황에 대해 착잡함이나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우리 학교에 재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의 특정 단과대학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무지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르는 게 불안하게 느껴질 때 인간이 빈번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오해하기, 착각하기, 편견을 가지기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걸 거친 방식으로나마 이해하고 규정하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 착각, 편견이 일정 정도는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닌 대상, 내가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파악한다는 느낌은 인간에게 편안함과 자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경험 또는 상호작용을 통해 그 대상에 대한 나의 이해가 오해, 착각,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하,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구나. 아하, 알고 보니 그 개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묘한 뉘앙스를 갖고 있었구나.
그래서 우리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직접 겪어봐야 안다.” 그런데 나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상태를 긍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아무리 알려고 노력해도 다 알 수는 없다. 만약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오히려 나의 모르는 상태를 좀 더 분명히 직시하고 이 상태를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그것은 상대 혹은 대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그래서 거친 방식으로 왜곡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 혹은 대상을 이해하려는 욕망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는 내가 모르는 모든 걸 알 수는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불안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
이것은 심지어는 나와 가장 친밀한 사람에 관해서도 적용된다. 내가 내 부모님에 대해, 나의 누나에 대해, 내 아내에 대해, 내 아이들에 대해 모든 걸 다 아는가? 아니. 아내는 나와 가장 친밀한 사람이지만 나는 아내의 모든 걸 알지 못하고,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서도 모든 걸 알지 못한다. 이렇듯 나와 가장 친밀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런데, 이보다 덜 친밀한 그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떠하겠나? 모르는 게 너무나 많지 않겠는가? 심지어 나는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렇게 잘 모르면서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다.
아는 게 미덕인 것과 꼭 같이,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미덕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르는 나의 상태를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중요한 미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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