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

강형구 2026. 4. 15. 11:22

   나는 매사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오히려 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편이라 할 수 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잘 나서지 않고, 뭐든 적당한 수준이면 그냥 좋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나는 까칠하거나 깐깐한 사람이 아니다. 삶에 대해 크게 바라는 게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욕심도 거의 부리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의식주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의식주에 대해 크게 바라는 게 없다. 나는 옷을 작업복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패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먹는 것도 그냥 나의 생명과 적당한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케이다. 집 또한 생활하는 데 불편함 없는 적당한 크기면 적당하다.

 

   그런데 사회적 생존을 위해서는 적극성이 필요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모 공단의 최종 면접까지 갔는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연히 합격할 리가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대체 누가 뽑아준단 말인가.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적극적으로 말해야 하는구나. 그 이후로 면접 전에 해당 조직의 면면을 상세하게 분석한 후 면접에서 내가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면접장에 갔다. 사회적 생존을 위해서라면 타고난 성격도 개조하고 극복해야 하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나의 본성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사실 나는 때로 내 삶에서조차도 내가 주인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나는 내 삶의 이방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곤 한다. 내 삶의 근본적인 우연성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 삶의 이러한 우연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환상적인(형이상학적인?) 개념 체계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이 기묘한 우연성을 그냥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어쨌든,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매사에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나의 뜻을 관철하려 하지 않는다. 적당한 옷, 음식, 주거 환경, 급여에 만족함으로써 나를 낮추고 세상의 순리에 맞추려는 것이다.

 

   그런 내가 대학교수가 된 지도 2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나의 이 성향이 교수로서는 장점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대학이라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사람마다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대학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교수? 교직원? 대학생? 나는 대학의 진정한 주인은 대학생이라 생각한다. 교수는 대학생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보조하고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교수는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는 대학생보다 높지만, 그건 아직 대학생이 어려서 그런 거다. 대학생은 먼 훗날 교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사실 대학생이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게 교수의 일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학생들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이런 생각은 가정에서 내 아이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너희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내가 아직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서 누려볼 수 있는 것들은 어지간히 누렸다. 그리고 내게는 기본적으로 큰 욕심이 없어서, 내가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것들(큰 재산 혹은 권력 혹은 높은 지위)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산다. 내가 왜 이렇게 생겨 먹은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삶의 다양한 균형 지점 중 우연히 내게 맞는 하나를 찾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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