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상한다. 원래 모든 인간은 고독한 영웅이고 맹수라고. 다만 오늘날 인간은 대량 생산되어 순하게 사육되며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길들이는 사상을 받아들여 내면화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학생들을 볼 때도 그런 식으로 상상한다. 이들은 모두 영웅이고 맹수다.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을 뿐이다. 심지어 아직 나 자신마저도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나 역시 좀 더 성숙해야 하는 한 마리의 맹수이지 않은가. 한국인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대단한 종류의 인간들이다. 사실 한국인을 포함한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영웅이고 맹수다. 충분하게 무서우며 충분하게 두려워할 만한 존재다.
내 생각에 결정적인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이 영웅임을 망각한 영웅에게 그가 영웅임을 깨닫게 해 주는 것. 혹은, 자신이 맹수임을 망각한 맹수에게 그가 맹수임을 깨닫게 해 주는 것. 이는 마치 사육장에 있는 돼지에게 너는 원래 산속을 헤치던 멧돼지였음을 알려 주는 것, 사육장에 있는 소에게 너는 원래 들판을 가로지르던 들소였음을 알려 주는 것과 비슷하다. 너는 왜 너를 그런 존재로 생각하느냐. 누가 그런 생각에 너를 가두어 놓았느냐. 너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며, 너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두려운 존재다. 나는 네가 ‘착한’ 존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네가 너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고 두려운 존재임을 말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언급을 덧붙여야 한다. 너는 너의 생각 혹은 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특이한’ 존재다.
그런데 국가와 사회는 인간들을 특정한 의미에서 ‘사육’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또다시 이렇게 상상한다. 닭, 돼지, 소가 인간 사회를 위해 그들의 고기를 바치는 것처럼, 인간은 인간 사회를 위해 그들의 육체적, 감정적, 지성적 노동을 바친다. 매일 인간은 자신의 육체적, 감정적, 지성적 살점을 발라 공동체를 위해 바친다. 가축은 고기를 바치고 그 생명을 다하지만, 인간은 살점을 일부 떼 내고서도 계속 살아남아 살점을 재생한다. 병원은 그런 인간들의 건강을 돌봐주는 제도적 기관이고, 온갖 종류의 약물들은 인간들의 몸체에 평형을 가져다주는 화합물이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구보다도 이와 같은 사회적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에 동조한다. 나는 국가 공동체에 소속된 한 명의 교육공무원 아니었던가. 다만 나는 철학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나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가 인간의 그 맹수적 특성을 완전히 망각하지 않게 하는 것, 인간이 그 자신의 희소성과 강력함을 기억하고 자각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자신이 맹수와도 같은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인간 개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와 같은 개체를 다른 개체들과 차별화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은 잠재적 맹수이다. 여러 우연한 계기들로 인해 자기의 맹수적 특성을 자각한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로 나뉠 뿐이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그러한 맹수적 특성을 알아보길 원하고, 그 결과로 그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인간, 돈을 많이 버는 인간, 높은 지위에 오른 인간이 아니라, 그저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 이건 중립적인 바람이 아니라 내 개인의 선호가 반영된 바람이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 그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삶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다, 아직 미숙하다, 뭘 잘 모른다... 이런 종류의 표현으로 학생들을 규정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인간은 두려워할 만한 존재로서 태어나며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서 맹수와도 같은 존재들을 본다. 몇몇 학생들은 이미 그런 모습을 보이고, 다른 학생들은 미래에 그런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맹수에게 성별이 중요한가? 수컷 호랑이는 무섭고 암컷 호랑이는 무섭지 않던가? 호랑이는 다 무섭다. 좀 더 맹수 같은 인간이 되어 맹수가 될 인간들을 길러내는 상상. 오늘 나는 그런 상상에 빠져 있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실용적 언어 활동의 관점에서 (0) | 2026.04.26 |
|---|---|
| 모르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0) | 2026.04.23 |
|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 (0) | 2026.04.15 |
| 복고적인 삶 (0) | 2026.04.12 |
| 두루 잘 지내는 것의 어려움 (0) | 2026.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