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실용적 언어 활동의 관점에서

강형구 2026. 4. 26. 11:49

   나의 언어 활동이 유용하고 쓸모가 있는가. 만약 내가 교수라면, 나의 언어 활동이 유용하고 쓸모가 있는가. 누구에게? 학생들에게 혹은 교직원들에게 혹은 다른 교수들에게. 그런데 나의 언어 활동이 다른 교수들에게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교수인 나의 주된 고객은 학생들 및 이들과 연계된 교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언어 활동이 학생들(교직원들)에게 유용하고 쓸모가 있는가. 만약 유용하고 쓸모 있다면 그것으로 나의 사회적 존재 가치는 어느 정도 증명되는 셈이다. 나는 언어 활동 면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가.

 

   학생들에게 나의 언어 활동이 도움이 된다면 이와 연계된 나의 학문적 활동 역시 유용할 수 있다. 나의 과학철학적 활동이 학생들 더 나아가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내 과학철학적 활동을 가치 있게 한다. 과학철학 전문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철학 활동이 있고,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철학 활동이 있다면, 그 둘을 비교했을 때 어떤 활동이 더 가치(쓸모) 있을까? 전자의 활동이 후자의 활동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과학철학 연구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학문적 성과로 사회에 공헌하는 과학철학 연구자가 있을 것이고,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복잡하게 얽혀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선들의 가중치 또한 서로 다르며 계속 변한다. 흥미로운 점은 과학철학 연구자에 따라서 학생들과 자신이 연결되었는지, 연결되었다면 그 가중치가 얼마인지를 다르게 판정한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는 학생들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 연결되어 있더라도 그 가중치가 거의 0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어떤 연구자는 학생들과 자신이 아주 단단히 연결되어 있고, 그 가중치 또한 나와 다른 과학철학 연구자들과의 연결에 비교할 때 더 높다고 평가한다. 나는 비교적 후자의 관점을 취한다. 학생들과 나 사이의 연결이 매우 단단하며 그 가중치가 높다고 보는 것이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과학철학 연구자들은 일종의 허구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그런 관점을 취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와 같은 상황을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나의 언어 활동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중심으로 나를 바라보자. 가끔 국내 또는 국외 학술대회에 가서 다른 연구자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연구자들과 나 사이에 연결된 선들과 그 가중치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가지지 말자. 지금 여기 내가 속한 곳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래야 나의 일상적인 언어 활동이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겠는가. 가끔 나는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들을 본다. 의외로 그런 사람들은 많다. 각종 상황에서 그런 사람들을 본다. 연인이 앞에 있어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이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의 삶을 꿈꾸는 사람. 흥미롭게도 나는 그런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나 만난다. 마음이 딴 데 있는 사람. 그와 대조적으로 마음이 정말 여기 있는 사람,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합시다. 사실 그에 대해서 저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가 정말 궁금한 건 당신의 일상적 언어 활동이 당신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지입니다. 당신은 가족에게 따뜻하게 말합니까? 생기 있는 대화를 합니까? 학생들과는요? 학생들이 당신과 대화하며 정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합니까? 학생들이 당신과 대화하며 뭔가 새로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느낍니까? 매일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당신의 일상적 언어 활동이 당신과 연결된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쓸모 있습니까? 아직 나도 이 물음들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내 삶의 중심에 이런 실용적 관점을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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