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40년 넘게 살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첫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뭔가 제대로 된 일을 하려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둘째, 사람들이 모이면 늘 싸움이 일어난다. 사람의 세계관, 가치관, 여러 사안에 대한 의견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A라고 말했는데 다른 사람이 B라고 받아들이거나, 어떤 사람이 A라는 의도로 한 행동을 다른 사람이 B라는 의도의 행동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게 되면 대부분 최대한 일을 적게 하려고 한다. 사람 각자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만 일을 많이 하면 나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므로 사람들 사이에서 두루 잘 지내는 것,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으고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일들을 추진해 나가는 것은, 내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늘 정치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정치인을 마음속으로 깊이 존경한다. 또한 한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살피고 다독이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정말로 그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늘 서로 부딪치고 마음과 감정이 부대끼는데, 이러한 부딪침과 부대낌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나는 뛰어난 리더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나는 내가 교수가 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책 읽고 논문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것만큼 나에게 쉽고 편한 일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내가 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잘 지내는 사람들을 너무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기한 건 아니다. 나도 정말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고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다툼이 일어나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사실 그건 당연한 거고, 그걸 두려워하거나 피하면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힘든 걸 보면 내 성격이 좀 예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정말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경우다. 어떻게 사람이 항상 모든 일을 잘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니까 실수도 하고 마음이 흐트러져 일을 그르치는 때도 있는 거지. 그런데 일을 잘못 했을 때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거나 잘했다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일 아니겠나. 책망해야 할 때는 꼭 해야 개선이 된다. 그런데 책망하는 것 역시 실력이자 요령이다. 듣는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도 다음부터는 그렇게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힘들다. 너무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상대가 만만하게 듣고 개선을 안 한다. 너무 강하게 이야기하면 상대는 그 말을 듣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책망에도 요령과 실력이 필요하다.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듣기 어려운 말을 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그런데 그런 말은 안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듣기 어려운 말을 해야만 일의 수준이 더 나아지고 발전한다.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생각하면 이 점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당연히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므로 마음이 흐트러질 수도 있고 실수도 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런 경우 따끔하게 책망하고 지적해야 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공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마음을 상하지 않으면서도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할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게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사람을 보면 너무나 부럽고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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