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강형구 2026. 5. 21. 11:55

   최근 이강영 교수님이 쓰신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새삼스레 내가 그 무엇보다도 아주 고집스럽게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내가 왜 그런 삶을 추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나의 성향이 아주 예외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자유와 독립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나를 비롯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추구해 온 가치 아니었던가. 우리 모두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될 자격이 있다.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서열을 매기는 공부가 싫었던 이유는 그런 공부에서의 점수가 학생들 사이의 인위적인 격차와 위계질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나는 그게 일종의 ‘필요악(必要惡)’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나는 모범생도 아니었고 치열하게 고등고시를 준비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학생운동 혹은 정치활동에 적극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대학생도 노동자이고, 대학생이 해야 하는 노동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생이 전공 공부를 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 돈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와 대학은 대학생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사실 나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필요를 위해서 설립된 기관 아닌가. 대학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고등 교육을 받아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초중고등학교처럼 최소한 국공립대학은 무상 교육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어쨌든, 대학에 들어가니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더 잘하게 되는 걸 바라지는 않았고, 그저 학교의 기본 규칙을 지키며 나의 소신에 따라서 정말 열심히 과학철학을 공부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졸업학점이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학점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공부한 적도 없고, 내가 원하는 걸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 군대는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나를 정보통신장교가 되게 했다. 나는 좀 황당했다. 대전에 있는 통신학교에 가니 온통 학부 시절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했던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인문학 특히 철학을 전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즐기면서 통신공학을 공부했고 통신학교 수료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중상 정도였다. 나는 이 사실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뭘 잘하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나에게 다소 불리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꿋꿋하게 잘 견디면서 그 상황에 동화되지 않고 나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졸업학점도 좋지 않고 철학 전공에다 나이도 많은 취준생이 취업할 수 있겠어? 근데 나는 6개월 만에 했다. 대학원을 거쳐 계속 학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 과연 교수가 될 수 있겠어? 나는 학위를 받은 후 1년이 지나 국립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해냈다. 나는 내가 뭘 잘해서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해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는 그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나의 소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행운들이 나를 도왔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내 목숨을 바쳐서 추구하는 삶은 위대하고 뛰어난 삶이 아니다. 나는 그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할 뿐이다. 누군가가 나를 권력이나 돈으로 유혹한다고 해서 내가 넘어갈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지. 왜냐하면 나는 그런 걸 애초에 별로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다. 나는 그냥 내가 오래전부터 뜻해온 일들을 앞으로도 조용히 무사히 계속 해 나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비교적 단조롭고 평화롭고 약간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내 삶에 어떤 투쟁이 있다면, 그건 그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투쟁일 것이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바랄 게 없다  (0) 2026.05.31
개인적이며 상식적인 역사 이해  (0) 2026.05.24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다  (0) 2026.05.17
내 삶의 수호천사  (0) 2026.05.14
말 글 노동자  (0)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