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처가는 구미에 있다. 이번 설 연휴가 제법 길어 우리 가족은 본가인 부산에 가기 전에 처가인 구미에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구미라는 지역은 나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곳이다. 오래전에 작은 이모네가 구미에 살았고 우리 가족은 종종 작은 이모네를 방문하기 위해 구미에 들렀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장모님을 뵈러 구미에 찾아왔던 예전의 그날이 기억난다. 그때 내게는 승용차가 없었으므로 시외버스를 타고 구미 터미널에 도착했다. 장모님을 처음 뵙던 날 어떤 한정식 식당에서 식사했다. 식사 이후에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방문해서 둘러보고 왔다.
내가 2014년 5월 말에 결혼했으니,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다. 구미는 제법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 특히 금오산이 좋다. 금오산에는 금오랜드가 있어 아이들이 놀기 좋고, 금오산 아래에는 호숫가에 산책길을 멋지게 조성해 놓았으므로 30분 이상 느긋하게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이 처가인 구미에 올 때는 방문 기간에 대개 일요일이 포함되는데, 일요일에는 우리 가족 역시 장모님께서 다니시는 구미남교회에 방문하여 예배에 참여한다. 아내가 예전에 오랫동안 구미남교회에 다녔으므로, 교회에 가면 아내는 몇몇 지인들을 만나곤 한다. 교회 목사님이신 천석길 목사님께는 나 역시 몇 번 인사드린 적이 있고, 목사님께서도 내 얼굴을 알아보신다.
또한 구미에 있는 처가 근처에는 내가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한 물리학 박사님이 살고 계신다. 물리학을 공부하시다가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셔서 인근 대학에서 관련 과목들을 가르치시는데, 박학다식하고 유식하셔서 내가 많이 배우게 되는 분이다. 어제는 그 박사님(김박사님)께 연락을 드려, 구미 시내에 있는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나는 감기에 오랫동안 시달리고 있어 커피가 아니라 자몽차를 시켜서 마셨는데, 그 맛이 참 감미롭고 좋았다. 한국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 준비할 때 걸렸던 감기가 아직 말끔하게 낫지 않고 있다. 역시, 창조에는 그 대가가 따르는 법.
장모님의 신앙을 생각한다. 장모님께서는 참으로 충실하게 교회에 나가시고 교회에서의 각종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데, 나로서는 그런 장모님의 열성이 대단하게 여겨질 뿐이다. 나는 교회에 나가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이고 충실하게 교회에 봉사한 적이 없다. 성격이 소심하기도 하지만 늘 나는 내가 나의 일 때문에 바쁘다고 생각해서 교회를 위해 시간을 낼 마음을 먹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장모님을 보면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봉사하시는 것이 장모님의 가장 큰 삶의 원동력임을 잘 알 수 있고, 그런 장모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 또한 지금보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지금 다니고 있는 대구 동부교회를 위해 더 많은 봉사와 노력을 하고 싶다.
구미에는 새마을운동기념관도 썩 멋지게 잘 조성되어 있다. 지난번에 구미에 방문했을 때 가족들을 데리고 새마을운동기념관에 방문했었는데, 새로 지은 건물이라 시설이 깔끔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시간 보내기가 좋았다. 어제는 장모님의 소개로 샛강 철새도래지 공원에 방문했는데, 제법 많은 고니를 볼 수 있었다. 고니들이 모여 꽥꽥 노래 부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공원에는 조형물도 있고 무인으로 운영되는 작은 카페도 있었는데, 카페 규모에 비해 사람들이 많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잘 운영되는 공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구미는 나에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 나의 작은 이모네가 살았고, 장모님과 아내와 처남이 오래 살았던 곳. 금오산이 있고, 금오랜드가 있고, 구미남교회가 있는 곳. 나의 아이들에게는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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