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전자기적 정보 이주

강형구 2022. 7. 20. 11:02

   나는 대개 노트북으로 글을 써서 이를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와 같은 방식의 글쓰기는 온라인에 올려진 글에 문제가 생겨도 글의 원본이 남는다는 장점을 갖는다. 나는 ‘다음(Daum)’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다음’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예고를 확인한 후 ‘다음’에 있던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제 내가 다음 블로그에 썼던 모든 글은 티스토리로 옮겨져 있다. 일종의 ‘전자기적 정보 이주’를 한 셈이다.

 

   오래간만에 쓰는 이 글에서 내 삶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해본다. 박사학위 논문 초고를 써서 지도교수님께 보내드렸다. 어떻게든 이 초고를 활용하여 학위논문 최종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을까?’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이제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늘 나의 능력과 내게 주어진 여건에 맞게 실천하고 있으며, 실로 나는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쓴 논문 초고는 곧 나의 객관적인 철학적 실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이다. 그 글이 곧 나의 철학이다. ‘좀 더 잘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기만하고 싶지는 않다.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Lee Smolin)이 쓴 [Time Reborn]은 곧 김영사에서 출판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나와 같이 물리학적 소양과 철학적 소양 모두 부족한 사람이 번역하기는 버거운 책이었다. 스몰린은 이론물리학의 최첨단에 서 있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물리학자이며, 그렇기에 나보다 객관적으로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의 책을 번역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나에게 찾아오는 좋은 기회는 대부분 다 잡는 편이라 번역 의뢰를 거절하지 않았고, 번역을 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퍽 즐거웠다. 그래서 이 책을 번역하는 일은 나의 관점에서 볼 때 멋진 ‘행운’이었지만,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더 잘 번역했을 것임을 생각하면 이 책 원본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불행’이 아니었을까. 나의 이러한 걱정이 괜한 걱정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오래전부터 과학철학을 강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왔다. 그래서 2017년, 2018년, 2019년에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과학철학을 가르쳤다. 2020년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공간 철학 수업을 진행한 것 또한 참으로 뜻깊었다. 작년에는 직장 업무, 육아, 논문작성 때문에 강의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 육아휴직을 하며 틈틈이 대학들의 과학철학 강사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경상국립대학교 철학과에서 과학철학 강사를 채용한다고 해서 주저 없이 지원했다. 아마도 다음 학기에는 대학생들과 함께 과학철학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원 소속인 국립대구과학관에 정식으로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며, 과학관의 승인을 받아야 강의를 할 수 있다.

 

   라이헨바흐의 [Experience and Prediction] 번역은 7월부터 시작했다. 원래의 목표는 올해 말까지 이 책의 초벌 번역을 끝내는 것이었으나, 너무 무리하게 번역을 진행하지는 않으려 한다.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열심히 할 뿐, ‘반드시 언제까지 끝내야지’라는 생각에 집착하지는 않겠다. 또한 나는 올해 국내의 학술지에 2편의 과학철학 논문을 투고하여 게재했다. 매년 2편 정도의 논문을 게재하겠다는 나의 목표가 충족된 셈이다. 이제는 조금씩 국제 학술지 투고를 준비할 생각이다. 아마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국제 학술지 투고 및 게재에 도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이 모든 활동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없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에 처음 만나 지금껏 나와 함께하고 있는 아내 은혜, 2016년 겨울에 만난 첫째 지윤, 2020년 여름에 만난 둘째 서윤과 셋째 태현. 나의 가족들이 없다면 나의 존재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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