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독립적인 과학철학 연구자

강형구 2022. 6. 28. 15:53

   나의 관심 분야는 광범위한 편이다. 나는 인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수학과 물리학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컴퓨터, 행정학, 법학 등에도 관심이 많다. 철학 중에서도 나의 관심을 가장 사로잡은 분야가 과학철학이라 세부 전공으로 과학철학을 선택했을 뿐이다. 나는 시간이 날 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는 것을 즐겨한다. 그러니까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특정한 분야에 관해서만 편식해서 책을 읽지는 않는다.

 

   나는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잘 끌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인 제도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자 애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제도를 활용했고, 서울대학교의 졸업 학점 기준(학부, 대학원)을 그럭저럭 통과했다. 지금까지 나는 각종 시험들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러 왔는데, 능력이 아주 부족한 나라는 사람이 이러한 시험들을 잘 통과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며 약간의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제도들이 이렇게 부실하다는 말인가? 아니면 내가 아주 운이 좋았던 것뿐일까? 만약 내가 다시 어린 학생으로 돌아가 오늘날의 입시 제도에서 경쟁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아마 나는 그냥 평범한 학생으로 평가받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본다.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가 휴학하고 취업을 했을 때, 나는 학자로서 성공하리라는 희망을 거의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무난하게 공공기관에 취업해서 최소한 남부럽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도저히 공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공부해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대학원에 다닌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성향상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아 복학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업을 들었다. 지금도 나는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나는 정말로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하는 것일 뿐, 학자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야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만약 내가 박사학위를 취득한다고 해도 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나는 실패한 학자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점은 있다. 이렇게 이미 직장을 가진 상황에서 계속 연구를 하면 아주 자유로운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어떤 권위자의 말을 따를 필요도 없다. 인기가 없는 인물이나 주제라고 하더라도 일관되게 계속 연구할 수 있다. 다른 학자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는 처음부터 학계의 변두리에 속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나를 경쟁자로 의식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뿐더러, 나로서는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연구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제법 환영할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독립적인 과학철학 연구자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지적인 권위가 없다. 나는 학부와 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지 않았으며,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학술지에 학술논문을 게재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 소속되어 연구와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과학관에서 전시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원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여러 논문을 읽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독립 연구자일 뿐이다. 그러니까 가끔 내 블로그에 방문하여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이 점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나는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 공부를 잘하거나 공부를 해서 성공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런 독립적인 연구자인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성실함’과 ‘만족’이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연구는 성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만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열심히 행복하게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만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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