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학철학 연구자의 삶 살기

강형구 2022. 6. 13. 10:51

   나는 지금까지 총 6권의 과학 관련 책을 번역했는데, 그중 4권이 과학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가 쓴 책이다.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초](2014년),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2015년), [원자와 우주](2017년),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2020년). 라이헨바흐가 쓴 [시간과 공간의 철학], [자연과학과 철학], [코페르니쿠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는 이미 다른 역자 선생님에 의해서 번역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번역이 될 필요가 있는 라이헨바흐의 책으로는 [경험과 예측], [시간의 방향], [기호논리학], [확률론] 등이 있다. 라이헨바흐의 모든 저서들을 “한스 라이헨바흐 선집”이라는 제목을 달아 한글로 번역하여 출판하면 좋을 것 같다.

 

   한스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나는, 아직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고 대학에 자리를 잡지도 못했다. 현재 내가 소속되어 있는 기관은 국립대구과학관이다. 그 전에 나는 한국장학재단(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급 및 학자금 대출 사업 수행)에서 근무했다. 나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자로서 과학기술자료 수집, 조사, 연구, 전시 업무를 하기 위해 2017년에 국립대구과학관에 채용되었다. 나는 국립대구과학관에서 나의 전공을 살려 일을 하고 있지만, 만약 박사학위를 받은 후 나에게 대학 또는 연구소에 취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에게는 과학철학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길 생각도 있다.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다.

 

   한 사람이 많은 일을 다 하려고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또한, 너무 크게 욕심을 부리면 결과적으로는 얻는 것이 적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충실하게 연구한 후, 그의 철학이 그의 사후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조망하는 정도로 나의 역할을 제한하면 어떨까 한다. 이와 같은 종류의 과학철학적 연구 작업을 할 경우, 오늘날의 과학철학 추세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확률이 높다. 하지만 대학에 자리를 잡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 연구가 아주 중요하다고 확실하게 믿으므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이다. 비록 대학에 자리를 잡지 못하더라도, 내가 제대로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연구해 두면, 나의 연구 결과는 나 이후의 과학철학 연구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라이헨바흐는 1891년에 태어났고, 나는 대략 그 100년 후인 1982년에 태어났다. 독일인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한국인인 내가 100년 후에 따라잡게 되는 셈이다. 라이헨바흐가 1953년에 사망했고, 2053년이 그의 사망 100주년이 되니, 아직 나에게는 대략 30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30년 후면 내 나이 70세가 된다. 나는 70세까지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완전하게 소화한 후 그 성과물을 한국어로 남겨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 한다. 오늘날은 번역 기술이 크게 발달하여, 간결하고 명료한 한국어 문장을 사용하여 철학적 성과를 남길 경우, 상당한 정확도를 가지고 그 성과를 다른 언어(특히 영어)로 번역할 수 있다. 과학철학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은 우리나라를 위한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누릴 수 있도록 나의 연구 결과를 꾸준히 학술지에 게재하고 있다. 만약 찾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쓴 논문들과 내가 번역한 책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을 찾는 사람은, 내가 일관된 주제에 대해 계속 집필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대학교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쓴 논문과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다른 사람들을(특히 학생들을) 과학철학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적어도 내가 남긴 글들이 과학철학 연구자들을 위한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