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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 아저씨

나는 문득 10대와 20대의 불안과 우울을 기억해본다. 10대였던 내게는 과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으나, 그 열정이 바르고 깔끔한 모범적인 것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의 열정을 이해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서점과 도서관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책들을 혼자 읽으며 야인으로서의 습성을 길렀다. 뿐만 아니라 나는 끊임없이 열등감에 시달렸다. 철학과 과학의 천재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의 재능 없음을 한탄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못살게 굴었다. 20대의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좋은 대학에는 입학했지만, 내가 소속되어 있는 철학과를 졸업해서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을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또한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사랑이 ..

일상 이야기 2014.07.13

파리 여행기

나는 이번에 프랑스 파리를 다녀오기 전까지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 대학 때 친구들을 보면 방학 때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미국 등지에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여행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여행을 다녀올 돈도 없었다. 부모님께 빌려서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나중에 내가 돈을 벌어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생각하며 돈을 빌리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 시절이 끝났다. 군 복무 시절에는 대학원에 갈 학비를 모아야 했기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했고, 대학원생 시절에는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생활비 버는 데 바빠 여행 갈 생각조차 못했다. 학술대회 때문에 2박 3일 동안 중국 북경에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떠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유였다. 아내와 나는 정말 검소..

일상 이야기 2014.06.29

결혼서약서

결혼서약서 나 강형구는 손은혜와 결혼함에 앞서 아래의 세 가지를 반드시 지킬 것을 서약합니다. 첫째, 늘 은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겠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날씨가 화창하거나 비가 내리거나, 사업이 번창하거나 힘들거나 관계없이 은혜가 가장 가까이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둘째, 늘 은혜와 함께 행복을 나누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은혜와 함께 먹고, 좋은 소식이 있으면 은혜에게 들려주고,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은혜와 함께 보겠습니다. 이 세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들을 은혜와 함께 누리겠습니다. 셋째, 늘 은혜를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겠습니다.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의외로 마음에 오래 남는 상처들이 생기곤 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저와 가장 친하고 가까운..

일상 이야기 2014.05.25

정체성에 대한 단상

2014년 5월 31일에 나는 결혼을 한다. 올해 내 나이 서른 세 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한다는 것이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 스스로 택한 길이고, 결코 후회는 없으며, 나는 나의 결혼이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은혜와는 내가 스물 일곱일 때에 처음 만났다. 은혜를 처음 만났을 때 은혜는 서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었고, 우리는 자하연 벤치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 때 우리는 같이 식사도 했다. 둘이서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은혜의 진가를 잘 몰랐다. 지금 나는 은혜가 얼마나 좋은 ..

일상 이야기 2014.05.12

『과학적 추론의 이해』 소개

『과학적 추론의 이해』 소개 (저자 : Ronald Giere, John Bickle, Robert Mauldin) (역자 : 조인래, 이영의, 남현) ① 소개 우선 이 글을 쓰는 나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한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우연찮게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쪽에 흥미를 갖게 되어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과학에 대한 철학’을 전공했다. 계속 대학원에 남아서 공부하고자 하였으나 가계의 형편이 어려워져 취직을 하게 되었다. 매달 부모님 생활비를 보내드리고 있어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공부에 미련이 남아 팀장님과 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작년 가을부터 다시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중이다. 책과 저자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한다. 『과학적 추론의 이해』는 과학을 전..

자신과 멀리 떨어져서

2009년 01월 14일 수요일 맑음 자신과 멀리 떨어져서 내 삶의 목표는 해석이다. 나의 해석은 해석에 대한 해석이 아니다. 해석에 대한 해석이란, 상위의 층위에서 모든 담론들과 해석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따지는 작업을 말한다. 라깡의 정신분석학, 데리다의 해체철학은 해석에 대한 해석에 속한다. 물론 이런 메타-해석들도 해석이란 의미에서 고유의 스타일을 가진다. 그러나 비평가의 입장은 창조자의 입장과 같을 수 없다. 창조자는 비평가의 작업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비평이라는 것이 창조와 본질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작품을 다루는 비평가의 태도와 비평을 대하는 창조자의 태도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창조하는 사람은 늘 비평을 넘어선다...

일상 이야기 2014.02.06

과학적 문화에 대한 단상

2009년 01월 08일 목요일 맑음 과학적 문화에 대한 단상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의 책을 읽고 있다. 『역학의 과학(The Science of Mechanics)』과 대중강연집(Popular Scientific Lectures)을 보고 있는데, 과학자로서의 마흐의 내공이 느껴진다. 과학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이른바 표준적인 교과서로 과학을 습득하면 과학 그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기가 힘들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가져야만 한다. 그런 역사적 관점을 가지지 못하면 지금 우리의 과학적 상(image)이 실제 그대로이거나 아니면 완전한 허구라는 왜곡된 관점에 도달하기 쉽다. “표준적인 교과서(stan..

일상 이야기 201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