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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의 전통처럼

홍천에서 육군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홍천군청 근처에서 근무했고, 장교 숙소는 부대 밖에 위치해 있었다.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홍천읍에 있는 홍천도서관에서 과학과 철학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전역한 다음 다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순수한 마음이었다. 전역을 하고 대학원으로 돌아갔다.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과외를 했다. 하지만 나는 좌절했다.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고, 나 스스로의 학문적 재능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게 취업 준비란 전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았다. 행정학, 행정법, 헌법, 경제학, 경영학..

일상 이야기 2013.09.01

운동

할아버지는 비교적 건장한 체격을 갖고 계셨다. 할머니의 경우, 지금은 허리가 많이 굽어 있지만 젊으셨을 때는 키도 크고 건장하셨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내 아버지의 체격은 매우 건장한 편이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시골에서 자라시면서 산과 들을 많이 오가시며 일도 하시고 친구들과 노셨기 때문에 더 단단한 체격이 되었을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키가 작고 체격도 왜소한 편이시다. 외할머니께서는 비교적 건장하고 키도 큰 편이셨다. 내 어머니는 외갓집의 세 딸들 중에서 가장 키가 크다. 하지만 어머니의 체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며, 무릎이 아프셔서 격렬한 운동을 하시지는 못한다. 나는 그러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는 아버지보다 키가 1~2센티미터 정도 더 크지만, 체격 자체는 아버지만큼 건장하지 ..

일상 이야기 2013.08.25

관악도서관

관악구민의 신분으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을 이용하고자 하였으나, 도서관에 가니 8월 25일까지 방충 작업을 위해 휴관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나는 관악산 공원 앞에 있는 관악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2011년에 관악도서관에서 취직 준비를 했다. 오전 7시에 도서관에 가서 밤 10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었다. 취직을 하고 난 다음에는 관악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관악도서관 시설은 제법 좋은 편이지만, 함께 시험 준비를 하던 다른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도서관 열람실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앞에 앉은 한 남자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교육방송 영어 교재 밀린 부분을 풀고, 밀린 일기를 쓰고..

일상 이야기 2013.08.18

나의 정체성

나는 32살의 남자이다. 나는 서울에 소재하는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0년에 수학능력시험을 칠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거쳐 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2학년 여름에 학교를 그만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교과서들을 보면 그것들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과학고등학교를 그만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과학을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나는 부산의 도서관들을 전전하며 과학 책과 철학 책을 읽었..

일상 이야기 2013.08.18

2013년의 음력 설 연휴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누나가 3달 만에 결혼했다. 누나는 참 빠른 시간 내에 결혼을 마쳤는데, 그 과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조건들이 잘 맞아 떨어져서 그런 빠른 결혼이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매형이 된 박팀장님도, 누나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누나와 매형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했지만, 나는 나의 역할이란 지극히 사소하고 조그만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나와 매형 둘 사이에 인연이 있어서 그렇게 만난 것이고, 나는 그 둘 사이의 인연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번 설에도 지난 가을의 추석처럼 회사의 귀성 차량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내려갈 때는 생각보다 길이..

일상 이야기 2013.02.11

평범한 삶

금요일 밤이다.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쓴다. 블로그에 글쓰기는 참 오래간만이다. 오래간만에 쓰는 글이라 그런지, 무슨 말을 써야할 지 잘 모르겠다. 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서 하루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서른 하나에 취직을 해서, 지금껏 나름 잘 버텨왔다. 조용히, 조용히, 무리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평범하면서 만족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일상 이야기 201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