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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와 철학자

물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여 물리학의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가장 합당한 사람은 아마도 본인 스스로 물리학 이론을 통해 물리학의 역사를 새롭게 직접 쓴 사람일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그럴만한 자격을 갖고 있는 이론물리학자다. 음력 설 명절을 맞아서 집에 온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 주변을 걷던 중에 예전에 제본했었던 [Albert Einstein : Philosopher-Scientist]를 나도 모르게 다시 꺼내들어, 책의 처음 부분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자전적 회고 부분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은 매우 예외적인 부류의 물리학자에 속할 것이기에, 아인슈타인을 물리학자의 일반적인 전형으로 간주하..

일상 이야기 2014.02.01

좀 늦은 2014년 계획

올해로 내 나이 서른 세 살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직 하지 못했고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다. 둘째, 묵혀두었던 장롱면허를 꺼내고 운전을 다시 배워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셋째,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여 박사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직장인으로서 승진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을 법도 하지만, 사실 내게는 승진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야심이 없다고 핀잔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세속적인 권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은혜와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그 마지막 결실..

일상 이야기 2014.01.26

설득하기

언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있고, 말을 듣고 말을 하는 것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이래로 글을 읽고 쓰는 것에는 상당 부분 익숙해졌다. 내게 읽고 생각하면서 쓰는 활동은 숨을 쉬거나 걷는 활동만큼 자연스럽고 익숙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머리를 감거나 운동을 하는 것만큼은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말을 듣는 것과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익숙하지 않음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중요했지 말을 하는 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수업은 대개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것을 잘 듣거나 교과서를 잘 읽고 관련되는 문제들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상 이야기 2014.01.19

당번 근무를 하며

2013년 12월 31일, 당번 근무를 하며 2013년의 마지막 날에 나는 회사에서 당번 근무를 한다. 당번 근무란 군대에서의 당직 사관 근무와 비슷한 것인데, 매일 각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한 사람이 다른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남았다가 사무실에 기계 경비를 설정하고 제일 마지막에 퇴근하는 일을 말한다. 당직 사관이 밤을 새는 반면, 당번 근무자는 밤 10시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한다. 오늘은 2013년 마지막 날이라 부서 내의 다른 직원들은 원래 퇴근 시간인 저녁 6시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했다. 같은 층을 쓰는 다른 부서 직원분들 중에 아직까지 업무 때문에 남아 계신 분들이 계셔, 나는 할 수 없이 이렇게 회사에 남아서 글을 쓰고 있다. 2013년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성과도..

일상 이야기 2013.12.31

정독도서관

이번 학기에 대학원에 복학하여 김기현 교수님의 [인식론 연습] 수업과 홍성욱 교수님의 [과학기술과 사회연구]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사회연구] 수업에서 추석이 끝나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을 다룬다고 하여,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책을 빌리려고 찾아보았지만 서울대학교 도서관과 관악도서관에서는 이미 관련 책들이 대출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전에 도서관회원증을 만들어 놓은 바 있는 정독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찾는 책들이 다 대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오늘은 서울대학교 도서관이나 관악도서관이 아닌 정독도서관으로 갔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정독도서관이 나온다. 내 기억으로 ..

일상 이야기 2013.09.15

무술의 전통처럼

홍천에서 육군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홍천군청 근처에서 근무했고, 장교 숙소는 부대 밖에 위치해 있었다.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홍천읍에 있는 홍천도서관에서 과학과 철학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전역한 다음 다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순수한 마음이었다. 전역을 하고 대학원으로 돌아갔다.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과외를 했다. 하지만 나는 좌절했다.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고, 나 스스로의 학문적 재능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게 취업 준비란 전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았다. 행정학, 행정법, 헌법, 경제학, 경영학..

일상 이야기 201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