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과학철학 연구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사 혹은 과학철학을 강의하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 주제들에 대해 연구하여 논문을 쓰고 투고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듯 내게는 좁은 전공 분야를 넘어서서 다른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나는 우리 사회의 숱하게 많은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하는 것일 뿐이다. 연구자라고 해서 무엇인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은 별로 없다. 물론 어떤 영역에서든 군계일학의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있다.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김연아는 아니며 축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두 손흥민은 아닌 것처럼, 과학철학 연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