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평범한 사람의 미덕

강형구 2025. 12. 10. 15:02

   나는 평범함을 추구한다. 그것은 실제로 내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특별한 면모 혹은 능력이 있었다면 굳이 평범함을 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특정한 사회 집단 내에서 중간 정도의 역량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나는 중학생까지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와 같은 환상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 깨졌다. 고등학교에서는 평범하기조차 어려웠다. 내 고등학교 입학 동기들 전체를 고려해 본다면, 나는 이 집단과 견주어볼 때 지금껏 힘겹게 아주 평범한 수준의 성취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이후 늘 그랬다. 예를 들어 나는 대학교에서 평범함의 범주에 들기 위해 애써 노력해야만 했다. 적어도 아주 못하는 학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군대에서도, 대학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이라고 해서 다를까? 어느 조직을 보더라도 소수의 잘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인데, 나는 그런 ‘잘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소속된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대개 그럭저럭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소속되었고, 그 집단에 계속 소속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상당히 버거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립대 교수라는 집단 내에서 평범하다고 분류되는 범주에 속하면서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내게 도전적인 과제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의 미덕이라는 게 가능할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첫째,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봐주기는 어려운 법이다. 둘째, 억지로 자신의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비범함의 기준으로 평범함을 재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셋째, 평범함이 추구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자기의 일을 일관되게 진행한다. 평범하므로 오로지 무엇인가를 일관되게 꾸준히 추구해야만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뛰어남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주변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비교적 자주 접하는 편이라 이러한 일을 많이 연습할 수 있었다. 타인의 뛰어남을 인정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당당하게 계속 추구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 평범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일생에 걸쳐 탐구 혹은 추구하는 것 역시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지극히 평범한 나의 탐구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많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나의 결론은 애초에 탐구 목표를 거창하게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탐구는 나에게, 더 나아가 내 가족들에게 의미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나의 탐구가 나 혹은 내 가족 이외의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사실 내게 그러기를 바라야 할 의무까지는 없다.

 

   나는 내게 주어진 공적인 임무 수행을 철저하게 하면서 내가 할 수 있고 잘하는 방식으로 철학적 탐구를 계속해 나가면 된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존중하되, 내가 해 나가는 일이 다른 뛰어난 사람들이 해 나가는 일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뿐이다. 그게 나에게 가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굳이 나의 작업을 다른 사람들의 작업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로서는 이를 깨닫는 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나는 무엇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자신만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평범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물론 평범함은 삶의 냉정한 현실일 수 있다. 평범함 속에서 애써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주어지는 커다란 과제이자 숙제다. 나는 쉽지 않은 이 과제(숙제)를 누구나 노력하면 분명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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