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피곤할 땐 잠이 보약

강형구 2025. 11. 26. 09:10

   복잡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그냥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닐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게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실제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나는 내가 서울에서 대학 공부를 했다고 해서 서울에 대한 특권의식을 가진 적이 없다. 계속 서울에서 공부했던 건 대학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었다. 내가 첫 직장을 한국장학재단으로 선택했던 것도 한국장학재단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대구로 이전할 예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대구과학관은 당연히 대구에 있다. 수도권에 있는 기관이 아니다. 나는 수도권에 살 생각이 없었다. 집값이 너무 비쌌다. 수도권은 어느 집에 사느냐가 일종의 ‘계급’이 되는 곳이었고, 나는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곳에선 살고 싶지 않았고 살 자신도 없었다.

 

   나는 대구의 남서쪽에 자리한 테크노폴리스에 산다. 대구의 중심에 있는 수성구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비교적 새로 만들어진 동네다. 테크노폴리스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들어서 있지만 그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다. 내 생각에 테크노폴리스 아파트 가격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만약 남자 기준으로 26세 정도에 취직하고 매년 2천만 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할 때, 10년이 지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게 합리적인 거 아닌가?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는지와는 상관없이 10년 정도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저축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게 상식적인 거 아닌가?

 

   약간 이야기가 엇나간 것 같지만, 생각난 김에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자. 국립대학 인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점도 별로 좋지 않았던 나는, 육군 장교로 군대를 다녀온 후, 다소 늦은 나이(31세)에 공공기관에 취직해서 국록을 먹으며 살아왔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직한 후, 지금은 교육부에 소속된 국립대학교에서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계속 공직 근무를 하고 있다. 좋은 동네에 사는 것도, 비싼 집에 사는 것도 아니다. 밥도 소박하게 먹고, 옷도 소박하게 입고 다닌다. 차도 국민 평균 차량이라고 인정받은 차(아반떼, 소나타, 카니발 등)를 이용해 왔다. 외제 차? 굳이 왜? 우리나라도 차 잘 만드는데 왜 굳이 외국에서 만든 차를 타나?

 

   나는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욕심 없이 순진하게 사는 게 좋다. 꼭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하나? 나는 별로 관심 없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사실 하고 싶지 않다. 군대에 있을 때 소대장과 중대장을 하긴 했지만, 그건 꼭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한 것이지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조직의 장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리더의 지시를 따르면서 지내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연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화려한 연구자가 되고 싶지 않다. 세계 최고의 국제학술지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명한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일? 좋긴 하지만, 그거 굳이 그래야 하는 걸까?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화려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그냥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는 거다.

 

   최근 이런저런 일도 많고 집에서 가족들을 돌보는 일도 있고 해서 좀 피곤했었나 보다. 그래서 어제는 아주 오래간만에 일찍 잠들었다. 전기장판을 틀어 놓고 따뜻하게 해서 잤는데,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나니 너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맞다. 이게 답이다. 피곤할 때는 다른 거 하지 말고 그냥 푹 자는 게 좋고,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닭죽이나 전복죽 끓여 먹고 푹 쉬는 게 답이다. 운동이 부족하다 싶으면 오래 달리거나 산에 올라서 땀을 쭉 뺀 후 근처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으면 된다. 특별하게 거창하거나 화려한 처방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미 나는 이 모든 요령을 부모님으로부터 배우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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