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자신의 삶을 해석할 권리

강형구 2025. 12. 7. 11:23

   사실 살면서 고통과 좌절, 절망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도 정말 힘겨웠던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 내게 그 어떤 고통과 절망이 기다리고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삶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적어도 계속 살아있다면 내가 나의 삶을 직접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 때문이다. t1이라는 시점에서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죽음을 선택할 경우, t1에서의 고통스러운 삶과 그 의미가 끝내 고정되어 붙박여 남는다. 하지만 만약 t1의 고통을 극복하고 삶을 계속 이어 나가 그 이후의 시간인 t2에 예전과는 새롭게 나의 삶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내 삶 전체의 의미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참고 견디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게 나 아닌 타인의 삶을 해석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나 자신의 삶을 해석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나만의 권리다. 물론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끝없는 다툼이 일어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계속 내 삶의 의미를 규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걔는 어떻더라, 걔는 괜찮더라, 걔는 별로더라 등등.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서 내게 잠정적인 이름표를 붙이려는 것일 뿐이다. 이들은 그런 이름 부르기와 평가하기의 활동이 내가 아닌 바로 자신들의 삶에 이롭다고 판단한다. 이렇듯 타인들이 내 삶을 규정하려는 것에 대항하고 저항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살아남아 나 스스로 내 삶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삶이란 삶의 의미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기도 하다.

 

   삶의 의미는 열려있고, 내 삶의 의미는 나 이외의 그 어떤 인간도 함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 그렇기에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만 한다는 것. 모든 인간은 세계 속에서 의미를 위해 투쟁하는 전사들이고, 이들이 서로 동료일 수 있는 것은 이들 모두가 일종의 전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나는 나의 아이들도 미래에 전사가 될 인간 동지들로서 바라본다. 당연히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삶과 아이들이 찾아야 할 삶의 의미는 나와 아내의 것과는 다를 것이다. 나는 그 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떤 학교에 가는지,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지, 더 나아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너희들이 직접 선택할 문제다. 다만 너희들은 너희들의 삶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의지와 권리를 그 어떤 사람에게도 양도하지 마라.

 

   다만 아이들이 이 세상에 인간으로서 태어나 살아가게 만든 책임이 부모인 나에게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부모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나는 아이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동지가 되어주고 싶다. 아이들이 독립된 개체로서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세상에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고 그중에는 비극적인 일들도 참으로 많다. 당연히 그 비극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사람은 그 모든 위험 속에서 용기를 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늘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용기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쯤에서 내 삶의 의미를 포기하고 쉽게 규정해 버리지 말자. 아직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내 삶의 의미가 미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심지어 죽음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조차도. 그러므로 나는 죽음 이후를 상상하지 않는다. 비록 오롯이는 아니더라도 살아있던 내 영혼의 흔적이 조금이나마 나의 아이들에게 전해지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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