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학교인 목포대학교에 임용된 후 광주로 주민등록을 옮겨 산 지도 2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나는 정치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중도 좌파를 지향해 왔고 그런 점에서 나와 가장 부합하는 지역이 전라 지역이지만, 전라도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본 적은 없었다. 나는 지금껏 부산, 서울, 홍천(강원), 세종, 대구에서 살아왔다. 목포대 소속 교수 신분으로 광주에서 2년 정도 살면서 광주를 포함한 전남 지역이 나의 정치적 성향과 잘 부합함을 느꼈다. 광주에 있는 나의 숙소 바로 근처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광주가 학교와 제법 멀어 출퇴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그래서 지금 숙소의 전세 기간이 끝나면 거처를 학교 근처로 옮기려 한다. 전남 무안읍 또는 목포 IC 근처에 있는 소형 아파트나 빌라로 옮길 생각이다. 그러면 좀 더 제대로 된 전남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껏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나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살았다. 또한 나는 늘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범주에 있었고, 오히려 그것이 주류에 있는 것보다 내게 더 맞고 더 편했다. 물론 나는 우리 사회의 주류를 존중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주류의 길이 맞지 않다고 느낀다. 삼국지 게임의 예를 들어 나의 이런 성향을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삼국지 게임(일본 코에이사가 제작한)을 좋아했는데, 게임을 해보면 조조에 비해 유비가 상당히 약하게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삼국(위, 촉, 오)이 정립된 이후 촉나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위나라를 이기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만큼 위나라가 촉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렇지만 나는 늘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이 속한 촉나라를 택했다. 조조 혹은 위나라로 게임을 플레이해서 중국을 통일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촉나라에 속한 그 약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야생동물과 같은 사람처럼 생각하는 게 마음에 든다. 내가 게임 위쳐3를 좋아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다. 위쳐의 주인공 리비아의 게롤트는 들판을 떠돌아다니며 산다. 어떤 국가에 소속되어 집단적 행동을 하는 정식 군인이 아니다. 또한 위쳐인 게롤트는 일반인과는 다소 다른 소수자에 속한다. 높은 지위나 권력이 없고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으며 야생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개체. 나는 게롤트보다 키도 작고 외모도 떨어지기 때문에 (게롤트처럼 주인공도 아니다) 게롤트의 동료 중 게롤트보다 더 키가 작고 약간 더 살이 찐 위쳐가 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말을 타듯 매주 차를 운전해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를 횡단한다. 이제 내게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 모두가 친숙하다. 나는 경상도의 가장 보수적인 지역(대구)과 전라도의 가장 진보적인 지역(광주, 전남) 모두를 경험한다.
우리 학교의 내 연구실도 마음에 든다. 내 연구실은 인문대학이나 사회대학과 같은 특정 단과대학이 아닌 정보종합센터(정보전산원) 3층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연구하기 딱 좋은 곳이다. 겨울에 가끔 전력 차단기가 내려가서 전기를 못 쓰게 될 때가 있는데, 이제는 어디에 차단기가 있는지도 알기 때문에 전기가 끊어지면 내가 직접 차단기 쪽으로 가서 스위치를 다시 올리고 온다. 연구실 면적이 제법 넓은 편이라 연구실 안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할 수 있고, 연구실 책상 옆에는 운동용 자전거도 있으며, 책상 뒤에는 작은 간이침대도 하나 두었다. 3층이라 높이도 적당하고 햇볕도 잘 든다.
공무원이라 벌이가 대단하지는 않으나 아내와 함께 벌면서 적당히 만족하면서 산다. 대구도 좋고 무안(목포)도 좋다. 운전하면서 오래도록 보는 여러 자연의 풍광들도 좋다. 내가 전라남도에서 철학, 특히 과학철학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람되다. 앞으로 내 가족, 철학(과학철학), 우리 학교에 성실과 충성을 다하며 남은 생을 보내고자 한다. 천천히 어설프게 걷는 내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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