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가 되어서 좋은 것? 나의 경우 일반적인 학자의 경로를 따라서 대학교수가 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관점이 일반적인 대학교수가 대학교수직을 바라보는 관점과 다를 수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오래전부터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온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국립대학교 학부, 육군 장교, 국립대학교 석사, 국립대학교 박사, 국가 공공기관(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국립대학교 교수. 대학 4년, 군 복무 3년, 석사 2년, 공공기관 12년(박사 2년은 재직 중에 마쳤다), 대학교수 1년. 나는 이렇듯 총 22년을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근무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내가 어떤 태도를 갖고 학생들을 대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않는다. 즉, 이들 대부분은 앞으로 연구자 또는 학자가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나의 수업에서 그야말로 ‘교양’을 얻어가길 원하며, 실제로 나는 처음부터 우리 목포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양’을 가르치라고 임용된 게 맞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유익한 교양 수업을 운영하는 일이다. 우리 학교에는 철학과와 철학과 대학원이 없다.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전문적인 수준의 철학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내 생각에 우리 사회에서 교양 수준의 철학 교육이 아닌 전문적인 수준의 철학 교육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거나 줄어들고 있다. 대학에 개설되어 있던 기존의 철학과가 다른 학과들과 통폐합되거나 폐지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상황이 철학의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철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의 수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수를 고려할 때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많은 대학에서 철학과와 그 대학원이 개설될 필요는 없다. 몇몇 큰 규모의 국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의 철학 학부 및 철학 대학원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적인 철학 교육을 진행해 나가면 된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제자들을 육성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해 나가는 교수님들이 계신다. 대학의 철학과 소속 교수님들이다. 나는 다르다. 나는 대학의 교양학부 소속으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교양 수준으로 가르친다. 그러므로 나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우리 사회의 교양 있는 일반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미래의 철학 연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학생들을 내가 예전에 장교이던 시절 나의 소대와 중대에 소속되었던 소대원들과 중대원들처럼 대하려 한다. 그들은 모두 성인이었고, 비교적 짧은 기간을 나와 함께한 후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청년들이었다.
군대에서의 소대원과 중대원은 모두 남자였지만, 대학에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섞여 있다. 훗날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교양 수업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공직자로서의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나의 지도교수님과 같은 교수가 아니라 군대에서의 소대장 혹은 중대장과 같은 일종의 ‘교관으로서의 교수’가 되려 한다. 많은 학생은 학교에 와서 자신들의 길을 찾아 떠날 것이고, 나는 그들이 잘 성장하여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대학에는 학부, 석사, 박사 모두를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한 모범적이고 반듯한 교수가 필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나처럼 군대도 장교로 다녀오고 직장 생활의 경험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교관으로서의 교수’도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나를 일반적인 의미의 ‘철학 교수’라기보다는 ‘교육 공무원’ 혹은 ‘공직자’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과학철학 연구자로서도 연구를 열심히 수행하려 노력한다. 다만 학생들을 대할 때 나는 나 자신을 한 명의 ‘교관’이라고 생각하는 게 좀 더 적합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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