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생명과학통론 독서노트 08

강형구 2016. 12. 5. 06:57

John Maynard Smith & Eörs Szathmáry(2000), The Origins of Life: From the Birth of Life to the Origin of Language(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Chapter 7: The origin of sex.  

 

N. H. Barton, et. al(1998), "Why sex and recombination?", Science 281, pp. 1986-1990.

 

   왜 생물은 암컷과 수컷으로 분화되었을까? (sex)의 분화를 진화론의 관점에서,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생명의 기원들7장에서 성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많은 생물들에게서 유성생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성을 통해서 자손들은 다수의 조상들로부터 유전자들을 물려받을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여러 후손들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성생식을 통해 이른바 유전자 풀(pool)’이 형성된다.

  

   하지만 암수 생식체(gamete) 사이에서의 분화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단순히 재생산의 측면에서만 보면 유성생식은 단위생식에 비해 유리하지 않다. 만일 유성생식을 하는 개체들 사이에서 단위생식을 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생산력만 따진다면 이러한 단위생식 개체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유성생식에서만 볼 수 있는 감수분열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고, 분명 성의 특수한 이점 때문에 감수분열(meiosis)이 발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왜 성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오늘날 왜 성이 생물들 사이에서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성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점들을 따진다. 자연 선택은 군집(population) 수준, 개체 수준,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다. 유성생식을 하면 해당 군집의 개체들이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풀을 형성하게 된다. 만약 해당 군집이 처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고 전제한다면, 유성생식 군집이 무성생식 군집에 비해서 이러한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하도록 진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유성생식 군집에서는 집단 내부의 실패한 돌연변이들로부터 생기는 부담을 덜어준다. 유전적으로 흠을 가진 부모로부터도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자손이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얻어지는 이득이기에 성의 기원을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개체 수준에서 찾을 수 있는 성의 이득을 논한다. 우선 유성생식을 할 경우 DNA 복구가 용이해진다는 이점이 있다. 만약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DNA의 두 가닥 모두가 손상을 입었을 경우, 이 정보가 복구되지 않는다면 해당 생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때 세포가 세포 내에 두 개의 DNA를 갖고 있다면, 하나가 손상되었을 경우 다른 하나의 DNA로부터 손상된 정보를 복구시킴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중나선을 복구하는데 있어 두배수성(diploidy)’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유전자 수준에서 찾을 수 있는 성의 이득을 설명한다. 유전자들 중에서는 위치 전환이 가능한 것들이 있는데(transposons), 이러한 유전자들은 하나의 게놈(genome)에서 다른 게놈으로 옮겨갈 수 있다. 만약 두 세포가 서로 융합한다면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위치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는 세포끼리의 융합을 촉진했을 것이다(1988, Hickey & Rose). 성적 융합이 세포가 아닌 유전자에게 이득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전자의 이득이 군집의 이득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단위생식으로부터 유성생식이 생기게 된 과정에 대한 이론을 제시한다. 우선 세포는 DNA를 복구하기 위해서 세포 내 유사분열(endomitosis)를 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두배수성을 얻은 세포는 이후 두배수성이 하나로 줄어드는 1단계 감수분열을 하도록 진화했다. 일단 세포가 이렇게 ‘1단계 감수분열을 하게끔 진화한 다음에는 세포 내 유사분열 대신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들이 융합함으로써 두배수성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세포들은 서로의 유전자들을 교차시킴으로써 불리한 돌연변이의 해로움을 상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중요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첫째, 2단계의 감수분열에서 굳이 염색체들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것처럼 2배로 늘어나야 하는 것일까? 둘째, 그 자체가 매우 복잡한 과정인 유전자들의 교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저자들은 이 책에서 이 문제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으며, 대신 독자들에게 진화에서의 주요 전환들의 관련 부분을 참고하기를 권한다.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짝짓기 유형성적 분화에 대해서 설명함으로써 이 장을 마무리한다. 왜 성은 암수라는 두 종류만 있는 것일까? 더 많은 종류의 성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단서는 세포 내에서 단성 유전을 하는 세포 소기관들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제공한다. 숙주인 세포의 관점에서는 이기적인 세포 소기관들이 증식하는 것을 막고 세포 내에서 소기관들의 기능을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세포 소기관들은 단성 유전을 하게 되었으며, 단성 유전은 암수 이상의 성 유형이 생기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암수의 성이 생긴 이후 난자와 정자는 노동 분업을 하게 된다. 저자들에 따르면, 난자와 정자의 노동 분업에 대한 최근의 수학적 모형에 의해 이같은 노동의 분업이 거대한 성체 발달을 위해 필요함이 밝혀졌다. 처음에는 정자 형태의 생식체들이 등장했다가 이후 한 종류의 생식체들이 지금의 난자 형태로 진화했다. 정자는 적게 비용을 들여서 많이 생산할 수 있게끔, 난자는 비용을 많이 들이면서도 적게 생산하게끔 진화되었다. 생식체들의 분화 결과 수컷들 사이의 경쟁 및 암컷의 자식 육성 능력이 발달하게 되었다.

  

   바튼(Barton)과 찰스워스(Charlesworth)의 논문 왜 성과 재조합인가?, 성과 그에 따른 유전자 재조합이 어떤 의미에서 생명에게 이득이 되었는지를 비교적 자세하게 밝히고 있는 글이다. 한 군집 내에서 유성생식을 통해 개체들 사이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시점에서 매우 선호할 만한 유전자들을 가진 개체가 나타났을 경우, 만약 그 개체가 단위생식을 하게끔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면 이후에는 단위생식이 유성생식보다 더 선호할 만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러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유성생식의 어떠한 이점이 그와 같은 돌연변이를 방지할 수 있었을까?

  

   성적 재생산을 통한 유전자 재조합은 군집 내에서 선호할 만한 생식체 유형을 가진 개체들이 나타나는 빈도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평형 상태에 있는 군집의 평균 적응도를 줄이게 되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저자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군집 내의 서로 다른 개체들에서 선호할 만한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경우, 이러한 돌연변이 형질들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서만 후대에 동일한 개체에서 함께 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군집의 적응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킨다. 이와 더불어 저자들은 유성생식이 단위생식에 비해 불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여러 논거들을 제시하고, 유성생식과 단위생식에 의해 탄생한 후손(progeny)들 사이에서의 적응도 비교 실험에서도 유성생식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 또한 소개한다. 추가적인 실험들이 더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상황은 유성생식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논평 및 질문] 생명의 기원들7장에서도 저자들은 성이 기원하게 된 구체적인 과정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개별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생물학적 환경 속에서 유성생식과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후손 개체들이 선조 개체들과는 달리 어떤 능력을 획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능력이 왜 해당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유리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 주었다면 논의의 설득력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자가촉매적 순환체계에서 유전정보의 복제를 전문으로 하는 복제자들이 등장했다. 이후 이러한 복제자들이 서로 결합해서 하나의 세포 내에서 함께 복제하기 시작했고(염색체), 더 나아가 유성생식을 통해 복제자들의 조합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자연 선택에 의한 선택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까? 복제자들은 자연 선택만으로 이렇게 영리해질 수 있는 것일까?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강한 설명력을 갖고 있지만, 이 개념과 더불어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 개념에 불필요한 신비로움이 덧씌워질 것 같다는 염려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비록 선호되는 형질을 갖고 있는 개체의 유전자들이 유성생식에 의해 다시 흩뿌려진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개체들에서 등장한 선호할 만한 돌연변이들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서만 후손에게 다시 모아질 수 있다는 바튼과 찰스워스의 논의는 매우 흥미로웠다. 계속 같은 종류의 지적을 반복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도 구체적인 예가 제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성생식을 하는 하나의 군집이 있다고 할 경우, 특정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탄생한 후 그 군집의 적응도를 괄목할 만하게 증가시켰음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