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2013년의 음력 설 연휴

강형구 2013. 2. 11. 22:21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누나가 3달 만에 결혼했다. 누나는 참 빠른 시간 내에 결혼을 마쳤는데, 그 과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조건들이 잘 맞아 떨어져서 그런 빠른 결혼이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매형이 된 박팀장님도, 누나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누나와 매형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했지만, 나는 나의 역할이란 지극히 사소하고 조그만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나와 매형 둘 사이에 인연이 있어서 그렇게 만난 것이고, 나는 그 둘 사이의 인연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번 설에도 지난 가을의 추석처럼 회사의 귀성 차량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내려갈 때는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 오후 2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신혼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누나와 매형이 있었다. 이번 연휴에 나의 개인적인 목표는 책을 읽는 것이었는데, 며칠 전까지 나는 로마의 5현제 중에 한 명에 속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고 있었다. 나는 재미없는 아들이자 동생이자 처남에 속할 것이다. 나는 집에 가서도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별달리 시키시는 일이 없으면 말 없이 [명상록]을 읽었을 따름이다.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갔다. 큰 형님은 이번 추석에도 시골에 내려오지 않았고, 막내 형님은 일 때문에 가족들을 데리고 인도네시아에 간 까닭에 시골에 오지 못했다. 농협에서 일하는 둘째 형님과 형수님, 큰 형님의 큰 아들인 병일이, 둘째 형님의 딸인 지민이, 둘째 형님의 아들인 병헌이가 미리 도착해 있었다. 올 해로 아흔 둘이 되신 할머니께서는 식사는 잘 하셨으나 정신이 오락가락 하셨다. 가족들 사이에도 늘 소소한 다툼이 있는 법이라, 나는 아버지와 큰아버지 사이의 소소한 다툼을 그냥 가볍게 웃어 넘겼다. 세배를 드리고, 차례를 무난하게 지내고, 둘째 형님은 처가가 있는 대구로 떠나고, 우리는 할머니를 모시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단 며칠 만이라도 연로하신 할머니를 부산에서 모시자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셨다.

 

   연휴 마지막 날, 아침 7시 30분 KTX를 타고 서울로 왔다. 이 기차표는 은혜가 예매한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갖게 되었다.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큰이모댁에 가서 병상에 누워 계신 외할머니를 뵈었고, 큰이모의 둘째 딸인 영란 누나, 매형, 영란 누나의 첫째 딸인 보경이, 둘째 딸인 수영이를 만났다. 큰이모댁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용인 수지 상현동에 있는 작은이모댁에 가서 외할아버지를 뵈었고, 작은이모의 딸과 아들인 지희와 상경이를 만났다. 외할머니는 큰이모댁에, 외할아버지는 작은이모댁에 계시고, 이렇듯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시는 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저런 복잡한 일들이 얽혀있다. 나는 이런 복잡한 일들을 잘 이해할 수 없었으며, 크게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구미에서 돌아온 은혜와 고속터미널에서 만났다. 우리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은혜의 어머니께서는 나의 신앙이 깊지 못한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 역시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고 싶지는 않다.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는 어느 정도의 관용이 필요한 법이다. 꼭 이렇게 해야한다고 한 쪽 편에서 주장하며 그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종교보다는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그 삶은 정의롭고 선한 삶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참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길게 글을 썼다. 이 글을 누가 읽을 것인가. 그러나 누가 읽든지와 상관 없이, 나는 시간을 들여 이 글을 썼고 이에 대해서 만족한다. 앞으로의 날들이 어떻게 펼쳐질 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내게 최악의 상황만은 다가오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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