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토레티, [기하학의 철학] 요약 정리 04

강형구 2016. 8. 2. 06:53

 

 

2.2.5. 리만에서의 공간과 기하학의 문제

  

   베른하르트 리만(1826~1866)은 괴팅겐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으나 수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가우스 아래에서 수학을 연구했던 리만은 1854610일에 교수자격취득시험 세 번째 시험으로 기하학의 기초에 놓여진 가설들에 관하여라는 강연을 한다. 리만은 공간을 구성하는 일반적인 개념을 명료화하려고 하였으며, 그는 공간을 일반적인 양적 개념들을 통해서 구성하자고제안한다. 이러한 구성은 n(n-fold)의 확장된 양이 다양한 계량 관계(metric relations)”를 가능하게 하고, 공간은 “3겹의 확장된 양의 오직 특별한 한 사례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공간의 참된 기하학은 무엇인가? 리만은 공간을 “3겹의 확장된 양이라 기술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일상적인 차원에서는 잘 들어맞는다고 하더라도, 유클리드 기하학에서의 계량 관계(피타고라스의 정리로 표현되는)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오직 경험적인 확실성만을 가질 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가설들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주 넓은 영역이나 아주 좁은 영역에도 적용되는지의 여부는 열린 문제로 남아 있다.

 

  

2.2.6. 다양체의 개념

  

   리만에게서 다양체(manifold)’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집합(set)’ 개념과 유사하다. n겹의 확장된 양은 n개의 실수 순서쌍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n겹의 확장된 양은

에 단사적으로(injectively) 사상(mapping)될 수 있는 집합이라고 특성화시킬 수 있다. 이 때의 사상은 연속적이어야 하며, 사상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fg가 그러한 사상이라면 복합사상

은 모든 구간에서 충분히 높은 차원에서도 미분 가능하다. n겹의 확장된 양은 우리가 오늘날 ‘n차원 실(real) 미분가능 다양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추상적 집합 M은 단사 사상들의 집합체(collection) A(atlas, 지도책 혹은 도해서)와 관계되는데, 이 때 A의 사상들은 M의 부분을

의 열린 부분 집합으로 옮긴다. 따라서 M의 각각의 점들은 적어도 지도책(도해서, atlas)에 포함된 하나의 지도(chart) 영역에 포함되며, 만약 fg가 각각 지도책에 포함된 지도들이라면 복합사상

‘f의 영역g의 영역에서 충분히 높은 차원에서 미분 가능하다. 복합사상

를 다양체 <M, A>에서의 좌표 변환이라고 부른다.

 

2.2.7. 접촉공간(The Tangent Space)

  

   P를 매끄러운 표면 S의 임의의 점이라고 하고, S가 점 P에서 평면

와 접한다고 하자. 이 때의

는 점 P에서의 접촉공간이다. n차원 미분가능 다양체 M의 각각의 점 P에서의 접촉공간을 유사하게 정의해보자. 이 접촉공간은 n차원 벡터공간

이라고 하며, 예를 들어 2차원에서의

와 동형관계를 이룬다. 나아가 우리는

로 대체할 수 있다.

  

   미분가능 다양체 그 자체의 성질로부터 미분가능성의 개념이 확장된다. 만약

m차원의 다양체 Mm'차원의 다양체 M'으로 사상한다고 할 경우, P에서 주어진 지도책 x와 점

에서 주어진 지도책 y가 있다고 한다면, 사상

은 점

에서 모든 차원의 편미분계수를 갖게 된다.

의 미분가능성은 지도책 x, y의 선택에 의존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MM'에서의 모든 좌표 변환은 미분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체 M에서의 경로(path)’R의 열린 구간에서 다양체 M으로의 미분가능한 사상이라고 정의하자.

을 열린 구간 위에서 정의된 모든 경로들의 집합으로 하고, c(0)=P으로 하자.

P의 근방(neighborhood)에서 R로 옮기는 모든 미분가능한 함수들의 집합이라고 하자. 만약 c

이고 f

라 한다면, fcR의 구간을 R로 사상한다. 미분계수

0에서 정의되는데, 이 계수를

이라 칭하기로 한다. 또한 우리는 각각의 c

에 대하여

R인 함수

를 다음과 같이 부여한다.

(01)

  

   이러한 함수

의 집합은 표준적인 선형 구조를 갖는다. 이 선형 구조와 함께 함수

의 집합은 다양체 M의 점 P에서의 접촉공간이라 불리고, 이를

이라 한다. 만약 c가 특정한 실수 u에 대하여 c(u)=P를 만족시키는 임의의 경로라고 한다면, 우리는 c에 고유벡터

을 다음과 같은 규칙을 통해 부여한다.

RR인 평행이동(translation)이라 하고,

라 하자. 이 때

(01)에 의해서 정의되며, 다음 관계를 만족시키도록 한다.

(02)

  

   만약 Kc의 치역(range)이라면, KM의 부분다양체이며 정준(canonical) 단사 i: KM, aa를 포함한다.

 

2.2.8. 리만 다양체, 리만 계량(Metrics), 리만 곡률(Curvature)

  

   다양체를 정의한 이후 리만은 n차원 다양체에서의 계량 관계가 결정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조건들을 탐구한다. 계량 관계는 다양체의 부분들 사이의 양적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연속적인 다양체에서의 양적 비교는 오직 측정(measurement)’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측정이란 비교 대상이 되는 양들을 겹침(superposition)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측정은 다른 양들을 비교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특정한 표준적 양을 필요로 한다. 리만은 하나의 다양체 아래에서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결정하려 했다. 그는 다양체 아래에서 측정의 척도가 자유롭게 이동 가능해야 한다는 조작적이고 기술적인 개념을, ‘다양체 아래에서의 크기는 그것들의 위치와 독립적이다라는 수학적인 조건으로 바꾼다. 만약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하나의 다양체 아래에서의 호의 크기는 일종의 내적 특성으로 결정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1차원적인 부분 다양체로서의 호에 속하는 특성은 호 외부의 다른 점들과의 관계와는 상관 없기 때문이다.

  

   경로 c의 길이는

로 주어지고, ‘길이 요소(element of length)’

는 경로의 점 c(t)에서의 임의적으로 짧은 접선의 길이이다. 접벡터와 접촉공간의 개념은 내적인 것이므로, 호의 길이에 대한 재해석된 개념은 리만의 조건을 만족시키고 임의의 다양체로 확장될 수 있다.

  

   Mn차원의 미분가능한 다양체라 하자. 각각의 점 PM에는 n차원 벡터 공간인 접촉공간

이 부여된다. 다양체 M에서의 임의의 매끄러운 호를 생각하자. 우리는 이를 단사 경로 c의 치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Pc(t)P에서

의 특정한 요소는 경로 c, 더 구체적으로는 벡터

와 관련된다. c([a, b])의 길이는 아래의 적분으로 주어진다.

(01)

 

   이 때, c의 길이는 c의 매개변수적 표현을 선택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벡터공간 VV×V 위에서 정의된 쌍일차(bilinear) 함수들로 구성된 벡터 공간

를 결정한다.

이 다양체 M에서의 각각의 접공간

에 의해 결정되는 공간의 결합(union)

을 가리킨다고 하자. 이 때

는 표준적인 미분가능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M에서

으로의 미분가능한 사상을 말하는 것이 의미있게 된다. 리만 다양체 혹은 R 다양체는 순서쌍 <M,

>으로 나타내어 지는데, M은 미분가능한 다양체이고,

M에서

으로 향하는 미분가능한 사상이며 아래의 세 조건들을 만족시키면서 각각의 PM에 대하여 쌍일차 함수

를 부여한다.

  

(i)

는 대칭적이다. 모든 PM, 모든 v, w

에 대해

이다.

  

(ii)

는 비퇴화적(non-degenerate)이다. 모든 PM에 대해, v

이고 모든 w

에 대해

인 경우에만 v=0이다.

  

(iii)

는 양의 특정값을 가진다. 모든 PMv

에 대해

이며, 0은 오직 v=0일 때만 얻는다.

  

  <M,

>R 다양체일 경우

M에서의 R 계량이라고 한다. 거리함수 d: M×MR이 다음과 같이 정의될 경우 R 다양체 M은 계량 공간이 된다. P, QM이고, L(P, Q){

M에서의 P, Q를 잇는 호의 길이}를 나타내는 실수의 집합이라고 하자. 그러한 경우, R 다양체 M에서의 두 점 P, Q 사이의 거리는 PQ를 잇는 길이들의 최대 하한(greatest lower bound)’이다. 이는 R 다양체에서의 표준적인 거리 구조이다.

  

   R 계량

가 부여된 n차원 다양체 M을 생각하자. 그리고 UM이 지도책 x의 영역이라고 하자. xPU인 임의의 점을 실수 n순서쌍

로 옮긴다. 각각의 좌표 함수

에 대해 P를 통과하는 고유 경로

가 존재하는데, 이 경로는 0의 열린 근방에서 정의되며, 만약 QU이고 Q=

라면 Qi번째 좌표인

이 되는 반면 나머지 Q의 좌표들은 P의 좌표와 같다. 접벡터

로 표기되며, 벡터

의 집합은

의 기저(basis)를 이룬다. 이제 U에서의

함수들의 집합인

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02)

  

   이 함수는 미분가능하다. g를 행렬 [

]의 행렬식값(determinant)이라고 하고

를 이 행렬에서의

에 대한 공통인자(cofactor)이라 하자. 이 때 다음이 성립한다.

(03)

(j=k인 경우 1이고 아닌 경우 0) (04)

  

   이후의 논의를 위해 U에서의 함수 두 가지를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05)

  

   이제 문제는 U에서의 호의 길이를 함수

를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R 다양체 <M,

>에서 (01)의 적분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06)

   c(t)U이므로

를 기저 벡터

들의 선형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2.2.9. 물리적 공간에 대한 리만의 사유(speculations)

  

   기하학적 이론에 포함되는 모든 진술들은 그 이론에 의해서 공준되는 점들의 구조화된 집합과 관련되는 진술으로 형식화될 수 있다. 리만에 의하면, 우리가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공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공간이 가능한 숱한 종류의 다양체들 중에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다. 리만은 다양체가 갖는 두 가지 종류의 성질들을 구분한다. 그 첫째는 연장적 혹은 지역적 관계이며, 둘째는 계량적 관계이다. “연장적 관계들의 다양성(variety)이 이산적(discrete)이라면 계량적 관계들의 다양성은 연속적이다.

  

   리만에 의하면 공간이 유클리드적이라는 것, 즉 공간의 곡률이 모든 지점에서 정확하게 0이라는 것은 과학적 추측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0보다 큰 실수일 경우 구간 (

,

) 사이에 있는 공간의 곡률에 대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공간의 곡률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다. “물질에 대한 공간-이론에 대하여에서 클리포드(W.K.Clifford)는 다음과 같이 공간에 대한 리만의 추측을 잘 정리해 놓았다.

  

(1) 실제로 공간의 작은 부분들은 평균적인 평평함을 갖는 표면에서의 조그마한 언덕들과 유사하다. 기하학의 평범한 법칙들은 그 언덕들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2) 공간이 굽거나 휘어진 성질은, 마치 파동과도 같이 공간의 서로 다른 부분들에게로 전달된다.

  

(3) 공간 곡률의 이러한 변동은, 해당 물질이 입자적인지 혹은 에테르적인지와는 상관 없이, 우리가 물질의 운동이라고 말하는 현상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4) 물리적 세계에서는 이러한 변동 외의 다른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이 변동은 (아마도) 연속성의 법칙을 따른다.

  

   리만은 다음과 같은 추측 또한 제시한다. 다양체는 무한하지 않으면서도 경계가 없을 수 있다. 경계 혹은 제한이 없는 것은 해당 다양체의 연장적특성에 해당되며, 무한한 것은 해당 다양체의 계량적특성에 해당된다. 현상의 인과적 연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그 현상을 아주 작은 영역에서 다루는 데 사용하는 정확함에 의존한다. 무한히 작은 영역에서의 계량적 관계에 대한 결론은 넓은 영역에서의 성질들로부터 도출되지 않는다. 무한히 작은 영역에서의 공간의 계량적 관계는 기존의 기하학적 가정들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해당 현상이 좀 더 단순한 형태로 설명되기 위해 계량적 관계가 변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리만의 추측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넘어, 최근 입자물리학에서의 공간 개념의 붕괴와도 연관됨을 알 수 있다.

 

2.2.10. 리만과 헤어바르트(Herbart), 그라스만(Grass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