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토레티, [기하학의 철학] 요약 정리 02

강형구 2016. 7. 30. 07:27

 

2: 비유클리드 기하학(Non-Euclidean Geometries)

 

  

   2장의 1절에서는 볼리아이(Bolyai), 로바체프스키(Lobachevsky)에 의한 BL 기하학의 개발에 대해서 다룬다. 2장의 2절에서는 기하학에 대한 가우스(Gauss)와 리만(Riemann)의 업적을 살피며, 2장의 3절에서는 복수의 기하학을 단일 체계로 통합시키려 했던 클라인(Klein)의 시도를 되짚는다.

 

2.1. 평행선(Parallels)

 

  

2.1.1. 유클리드의 제 5공준(postulate)

  

   제 5공준: 서로 다른 두 직선을 통과하는 한 직선으로 인해 생성되는 같은 방향의 두 내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을 경우, 두 직선이 무한히 연장된다면, 내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은 방향에서 두 직선은 서로 만난다.

  

   이 공준을 통해서 우리는 한 직선(m)과 그 직선 위에 놓여 있지 않은 하나의 점(P)이 있을 경우, P를 통과하면서 직선 m과 만나지 않는 직선을 오직 하나 그을 수 있음을 보장받게 된다. 또한 이 공준은 원론 1권의 32번째 명제인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두 직각과 같다를 증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2.1.2. 그리스 주석가들(Commentators)

  

   그리스 시대부터 제 5공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프로클루스(Proclus)는 제 5공준은 공준이 아니라 다른 정의들 및 공준들로부터 증명되어야 할 정리(theorem)라고 생각했다. 연장된 두 직선이 반드시 만나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결코 자명하지 않음을 그리스 사람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2.1.3. 월리스(Wallis)와 사케리(Saccheri)

  

   1693년에 존 월리스는 유클리드의 제 5공준에 대한 증명을 제시한다. 이 증명은 8개의 전제들(lemmata)에 기초한다. 이 전제들 중 처음 7개의 전제들은 기하학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증명 가능하지만, 8번째 전제의 경우에 그는 이를 증명하려고 하지 않고 이 전제가 자명함을 보이려고 했다. 그의 8번째 전제는 다음과 같다. “모든 형상에는 이 형상과 닮은 임의의 크기의 형상이 존재한다.”

  

   1733년에 수도사였던 지롤라모 사케리는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을 직접적인 방법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려고 했다. 사케리는 제 5공준을 부정할 경우 그 결과가 기하학의 나머지 친숙한 가정들과 양립불가능함을 보이려고 시도한다. 사케리는 이러한 간접적 증명 과정에서 제 5공준이 필요 없는 유클리드의 26개 명제들과 아르키메데스의 원리(ab가 두 개의 직선 선분일 경우 na>b를 만족시키는 정수가 존재한다), 연속성의 원리(변화하는 어떤 양이 주어진 양보다 작았다가 커졌다면 반드시 어떤 순간에는 두 양이 일치했을 것이다)를 가정한다.

  

   그리고 그는 이른바 사케리의 사변형을 도입한다. 주어진 선분 AB가 있을 경우 AB와 수직한 서로 같은 길이의 선분 AD, BC를 긋자. 이 때 생기는 4변형 ABCD가 바로 사케리의 사변형이다. 이 때 각 CD는 같다. 이어 사케리는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세 종류의 가설들을 제안한다. CD가 직각일 경우(가설 1), CD가 둔각일 경우(가설 2), CD가 예각일 경우(가설 3). 사케리에 의하면 가설 1, 가설 3 아래에서는 제 5공준이 얻어지지만 가설 2를 가정했을 경우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하학의 명제들과 양립불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증명은 46쪽에). 따라서 그는 가설 3 또한 기하학의 다른 명제들과 양립불가능함을 보이려고 했다.

  

   사케리는 가설 3을 가정했을 경우에도 모순이 생긴다는 것을 무한원점을 도입함으로써 보인다(증명은 46~47). 문제는 사케리가 평범한 점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성립하는 성질들이 무한원점에 대해서도 성립한다고 의심없이 가정했다는 데 있다. 사케리는 원론의 명제 21에 대한 그의 두 번째 주석에서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을 입증하는 세 가지의 물리기하학적 실험을 제안하지만(48), 그가 제안하는 실험을 확인하기 위한 정확한 측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2.1.4.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Johann Heinrich Lambert)

  

   람베르트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은 나머지 공준들과 공리들로부터 정확하게 도출될 수 있는가? 또는, 만약 이러한 전제들이 불충분하다면, 유클리드의 그것들만큼 자명한 공리 혹은 공준을 추가적으로 도입해서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을 도출할 수 있는가?”

  

   람베르트는 세 직각을 갖춘 사변형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문제는 네 번째 각의 크기이다. 네 번째 각은 직각일 수도 있고(가설 1), 둔각일 수도 있으며(가설 2), 예각일 수도 있다(가설 3). 이후 그는 각각의 가설 아래에서 논리적인 결론들을 일관되게 도출한다. 그 결과 람베르트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결론들을 말한다. 첫째, 구면 삼각형에 대한 기하학은 평행선 문제의 해결에 의존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이 기하학은 세 가설들 모두에서 서로 동등하게 참되기 때문이다. 둘째, 람베르트의 세 번째 가설은 반지름이 순 허수인 가상적 구에서 참이다. 이 때 이러한 가상적 구는 시각화가 불가능하며 실제로 만들 수도 없는, 순수히 지성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람베르트는 세 번째 가설을 받아들일 경우 서로 합동이 아닌 삼각형들 사이에 성립하는 닮음(similarity) 혹은 비례(proportionality) 관계를 포기해야 하며, 이 경우 이는 천문학에 적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람베르트는 삼각형의 크기에 비례해서

와 내각의 크기의 합(

) 사이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을 보였다. 람베르트는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가설 모두가 불합리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거부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아르키메데스의 공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두 번째, 세 번째 가설 아래에서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51).

  

   이후 슈바이카르트(Schweikart)는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보다 작게 되는 일관된 기하학적 체계를 순수히 형식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 기하학에서는 삼각형의 크기가 커질수록 내각의 합이 작아진다. 하지만 그의 조카인 타우리누스(Taurinus)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러한 기하학 체계의 경우 국지적인 공간에서는 유클리드 체계와 동일한 겉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표상이 외부적 감각의 형식일 뿐이라고 간주된다면 논쟁의 여지 없이 유클리드 체계는 참되며, 우리는 우리의 제한된 경험이 감각의 환상을 생성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참된 이유를 우리가 외부 공간에 대해 갖고 있는 직관에서 찾는 것이다.

 

2.1.5.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

  

   로바체프스키(Lobachevsky)와 볼리아이(Bolyai)에 의해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거의 동시에 발견되었다. 또한 당대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였던 가우스(Gauss) 역시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타당함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수학적 측면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을 비유클리드 기하학보다 선호할 근거가 없음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비유클리드적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기까지 했다. 비록 가우스 또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정식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가우스가 아닌 로바체프스키와 볼리아이였음은 분명하다. 가우스는 기하학이 산술과 같은 선험성을 갖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2.1.6. 볼리아이-로바체프스키 기하학의 몇몇 결과들

  

   한 점 P, P를 포함하지 않는 직선 m을 생각하자. 직선 m은 양의 방향과 음의 방향이라는 두 방향을 갖는다. m과 같은 평면을 지나며 P를 지나는 직선들의 집합을 (P, m)이라고 하자. 이 때 (P, m) 중에서 m에 수직인 직선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 이 직선을 t라 하고 tQ에서 m과 만난다고 하자. t와 수직이면서 점 P를 지나는 직선 또한 단 하나 존재하는데, 이를 n이라고 하자. (56쪽의 그림 7을 참고) 직선 st의 양의 방향을 지날 때 n과 만드는 내각을

라 하고, sm과 만나지 않는 경우 sm과 양의 방향에서 평행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sm과 음의 방향에서 평행함을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평행선의 정의는 가우스, 로바체프스키, 볼리아이 모두에게 동일하다.

  

   양의 방향 혹은 음의 방향의 평행선 s가 존재할 때, 이 선이 만드는 내각

/2와 같거나 더 작을 것이다.

/2인 경우 선 s의 모든 점에서 이루는 평행각의 값은 같으며, m을 지나는 평행선은 오직 단 하나만 존재한다. 반면

/2보다 작을 경우, P로부터의 길이 x가 증가함에 따라서 평행각의 값의 크기가 줄어든다. 길이 x에 대한 평행각을 (x)라고 하자. 만약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이 옳을 경우, 로바체프스키는 (x)

/2로부터 0까지 단조롭게 감소함을 보였다. 또한 로바체프스키에 의하면, (x)<

/2이고 0<x<x'일 때 (x)>(x')이다.

  

   함수 를 해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BL 기하학의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였다. 는 임의의 상수를 포함하고, C=

(

/4)=ln(

)로 정의할 경우 이 상수는 1이 되며, (x)=arc cot

가 되고 x=ln cot(1/2(x))이다. 이 결과는 BL 삼각법의 공식들을 도출하는 데 사용된다. BL 기하학에서는 람베르트가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삼각형의 영역이 증가할수록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와 갖는 차이가 점점 커졌다. CBL 기하학의 특성 상수(characteristic constant)라고 할 수 있으며, C가 무한히 증가할 수록 BL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에 근접한다.

 

2.1.7.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자들이 갖고 있던 철학적 견해

  

   비록 BL 기하학의 발전이 수학에 대한 형식론적 입장을 널리 퍼뜨리는 데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가우스볼리아이로바체프스키 등은 BL 기하학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았다. BL 기하학의 특성 상수를 실험적으로 결정하려는 시도를 불러 일으켰다. 슈바이카르트는 특성 상수가 지구의 반지름과 같은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 무한대라고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가우스는 우리의 천문학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특성 상수가 지구의 반지름에 비해 엄청나게 클 것임이 틀림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로바체프스키는 특성 상수를 천문학적 자료들을 토대로 결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로바체프스키는 모든 과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들이 우리의 감각을 통해 얻어진다고 생각했다. 그에 의하면 기하학은 물체물체 사이의 접촉이라는 개념 위에서 구축되며, ‘물체 사이의 접촉은 우리가 기하학적인 것이라 불러야 하는 모든 물체들이 갖는 유일한 공통적 특성이다. 두께 없는 표면, 너비 없는 선, 차원 없는 점 등의 개념은 우리의 감각 경험으로부터 추상화된 것으로써 오직 우리의 표상 안에서만 존재한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운동 밖에 없다. 감각이 없다면 운동에 대한 지각은 불가능할 것이다. 운동 이외의 다른 모든 기하학적 개념들은, 운동의 특성들로부터 우리의 이해 능력을 거쳐 인위적으로 생성된 개념들이다. 이어서 로바체프스키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추측에 도달한다. 우리의 기하학은 공간에 대한 지각에 근거하지 않으며, 오히려 물리적 힘에 의해 생성되는 물체의 운동에 대한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구성되는 것이라 한다면, 서로 다른 자연적 힘들과 관계되는 두 개 이상의 기하학이 자연과학에 존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힘이 물리적 기하학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모든 공간에서 똑같은 종류의 기하학이 적용된다고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기하학은 실재의 각 단계에서 작용하는 힘들의 양상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2.2. 다양체(Manifolds)

 

2.2.1. 들어가기(Introduction)

  

   리만(Riemann)1854년에 기하학의 기초에 놓여진 가설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다(이후 1867년에 출판됨). 이 강연은 기하학에 대한 현대적인 철학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기하학의 철학을 이루는 가장 특징적인 개념들이 탄생하게 된 원천이 된다.

 

2.2.2. 곡선과 곡률(Curves and Curvature)

  

   18세기에 이르면 공간에서의 곡선 및 표면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간에서의 경로(path)’R의 한 구간에서 공간으로 가는 사상(mapping) c이며, 이 때 어떠한 데카르트 사상 x에 대해서도 복합사상(composite mapping) xc가 모든 점에서 미분가능해야 한다. 우리는 주로 단사 경로(injective path) c를 다룰 것인데, 이는 xc가 모든 점에서 모든 차수의 미분계수를 가짐을 뜻한다.

  

   c를 닫힌 구간 [a, b]에서 정의된 하나의 경로라고 하고, x를 하나의 데카르트 사상이라고 하자. 우리는 곡선 c([a, b])의 길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01)

  

   특정한 곡선이 주어질 경우 이 적분값은 좌표 변환에 대해서 불변이며, 이 곡선의 경로를 표상하기 위해 어떠한 사상 xc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적분값은 변하지 않는다. 곡선 c([a, b]) 위의 임의의 점 c(u)c(a) 사이의 호의 길이도 위와 유사하게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02)

   위의 경우 함수 u

는 곡선 c([a, b])를 재매개화(reparametrize)한다. 이제 cc=c'

라 하면, c'호의 길이에 의해 매개화된곡선을 나타낸다. 이 때의 매개변수는 대개 s라고 표시하며,

=1이다. 따라서,

이 된다(03).

  

   c[0, k]에서 정의된 단사 경로라 하고, 호의 길이를 매개변수로 한다. x를 데카르트 사상이라고 하자. c는 하나의 평면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평면 곡선이라 할 수 있다. s0k 사이의 모든 값을 취하므로 미분계수 d(xc)/ds는 그 값을

에서 갖는다. 따라서

(d(xc)/ds)은 공간에서의 하나의 점이라 할 수 있다. 사상 c'=

(d(xc)/ds)은 하나의 경로이지만, 이것이 꼭 단사 경로일 필요는 없다. 곡선 c([0, k])가 호의 길이를 통해 매개화되었으므로 c'의 범위는 단위 길이를 반지름으로 가지는 원 위에 놓인다. X가 사상 x의 원점이고 P=c'(s)일 때, 방향지워진 선분 XPc(s)에서 c([0, k])의 접선(tangent)과 평행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c', c'(s), c'([0, k])c, c(s), c([0, k])의 접선 상(tangent image)이라 한다.

  

   H를 곡선 c([0, k]) 위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라고 하자. H는 시간 s에 점 c(s)를 통과한다. H'c' 위를 움직이며 시간 s에 점 c'(s)를 통과하는 물체다. H'는 반드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H'의 움직임은 H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다. 만약 H의 움직임 방향이 변할 경우 H'의 움직임은 반드시 변화한다. 만약 H의 방향이 빠르게 변할 경우 H'의 움직임은 더 빨라진다. 달리 말한다면, 시간 s에서 H'의 속도를 통해 곡선 c([0, k])가 점 c(s)에서 굽어 있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c'를 움직이는 점 H'의 속도는 곡선 c([0, k])의 각 점에서의 곡률(curvature)이라고 할 수 있다. H'의 속도는

로 주어지고, 이는 곧

와 같다. 이제 우리는 곡선 c([0, k])에서의 점 c(s)의 곡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04)

  

   총 곡률(total curvature)이란 곡선 c([0, k])위의 점 c(

)에서 점 c(

)로 가는 동안에 해당 곡선의 방향 변화량의 합을 측정하는 개념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05)

    그런데

이므로, 이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06)

이는 곡선 c([

,

])의 총 곡률이 접선 상 c'([

,

])길이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