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2: 전기의 기본 입자, 전자

강형구 2016. 5. 30. 07:42

 

12. 전기의 기본 입자: 전자

 

   우리로 하여금 원자 구조의 이론으로 이끈 것은 모든 물질의 속성들에 대한 좀 더 조심스러운 탐구였다. 우리가 원자의 개념을 추가했을 때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현상들은 명료하게 이해되었고, 물질이 보여주는 다양한 화학적 물리적인 속성들을 생성해내는 특성들 역시도 원자의 운동성과 배열을 통해 인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껏 정당화한 것은 물질의 역학적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서는 역학적 법칙들에 따르는 원자들의 운동이 역학적 힘들에 의해 결합되어 모든 물리 법칙의 근본적인 유형을 나타내었고, 역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원리가 되었다. 한동안 이 이론은 자연을 설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했지만, 점차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역학적 이론을 지배적인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역할을 맡은 현상은 다름 아닌 전기적 현상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이러한 전기적 현상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 이론이 물질 이론과 유사한 발전 과정을 겪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 전기 이론 역시 원자론으로 전이했다(transition). 겉으로 보기에 전기적 현상은 균질하고 연속적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균질성을 미시 규모 영역의 원자적 구조에 기초하고자 하는 개념은 물질 이론의 영역에서처럼 성공을 거두었다. 아마도 전기 현상에 관해서 원자적 구조를 믿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개 전기를 하나의 물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조건 또는 힘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기의 물질-원자 개념이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오늘날에는 이 개념이 더 이상 의심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전류의 균질 분포에 관한 법칙들은 전기의 원자적 구조를 추론하는 출발점을 제공해주는데, 이는 물질 이론에서 돌턴의 배수 비례의 법칙이 했던 역할과 비슷하다. 전기 분해(electrolysis)의 문제란, 유체를 통해 흐르는 전기의 경로 문제 및 이에 따라 귀결되는 화학적 분해의 문제이다. 패러데이는 이에 관한 법칙을 발견하고 공식화시켰다. 이 법칙에 따르면, 전기 분해에 의해 자유롭게 된 물질의 양은 유체를 흘러간 전류의 양 및 물질의 원자 무게와 매우 단순한 관계를 갖는다. 우리가 은 용액과 구리 용액에 각각 한 단위의 전류를 흐르게 하면 각각의 용액에서 서로 다른 양의 은과 구리가 산출된다. 그런데 산출된 각각의 물질 양은, 화학 공식이 각각의 물질 결정 분자 내용에 대해서 처방하는 물질의 양과 동일한 비율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유일하게 가능한 해석은, 은과 구리에 포함되어 있는 각각의 원자가 완벽하게 한정된 수의 고정된 전하 단위, 즉 기본 전기 전하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는 대전된 물체 안에서 임의의 양으로 분포될 수 없으며, 모든 원자는 오직 한 개, 두 개 등 작은 크기의 정수배로 전기 단위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와 같은 크기의 전기 원자 각각이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에 부착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결론을 최초로 도출해낸 것(1881)은 헬름홀츠였지만, 거의 동시대에 헬름홀츠보다 덜 알려진 영국 연구자 스토니 역시도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또한 스토니로부터 전자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대전된 원자 또는 원자들의 복합체를 이온이라고 부른다. 이온은 대개 중성 분자를 분열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황산구리가 전류에 의해서 분해되면, 양으로 대전된 구리 원자와 음으로 대전된 황 및 산소의 잔여물이 남는다. 전자의 경우 양 이온이라 부르며, 후자의 경우 음이온이라 부른다. 각각의 이온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전기 원자를 갖는다.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 전기 분해를 통한 전기의 원자적 특성 증명은, 곧 아주 다른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하게 입증이 되었다. 왜냐하면 전기를 갖고 있는 물질로부터 전기를 분리시키는 것이 가능했으며, 따라서 전기는 공간을 통해 이동하는 독립적인 물질임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공기를 제거한 유리관에 전기를 방전하면, 유리관 안에서 색깔이 있는 조명(illumination)이 발생한다. 이러한 조명은 유리관의 음극에서 양극으로 날아가는 전자들이 관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공기 분자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데, 이 때의 충돌이 갖는 격렬함이 빛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남아 있는 공기가 유리관에서 완전히 제거되어 버리면, 색깔 있는 조명은 사라져버린다. 대신에 유리관 벽에 전자들이 부딪치게 됨에 따라서 유리관은 초록색 빛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방출된 입자들이 갖는 방사선적 특성은 그림자 효과를 통해서 인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십자형 금속을 광선의 경로에 놓아두면 금속의 그림자가 유리관 벽에 서명하게 드리운다. 그림자 바깥 부분만 초록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광선의 방향이 유리관의 음극으로부터 양극으로 향한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음극이 음극(cathode)’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므로, 전자들의 광선 역시 음극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광선이 음극으로부터 양극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리는 입자들이 음으로 대전되어 있음을 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유리관의 광선이 파동 광선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입자 광선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적인 몇몇 실험은 광선의 입자성에 우호적인 결과를 제시했다. 유리관 근처에 자석을 가져가면 광선이 휘었는데, 이는 유리관 벽 위의 초록색 발광점 변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이 광선이 전기적 파동은 아니어야 한다는 결론이 따라왔다. 왜냐하면 전기적 파동은 자석 근처에서 휘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광선은 마치 전류처럼 행동하는 실체로서의 전기, 이동하는 전기 전하로 생각되어야 했다. 그래야만 자석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선은 전기장에 의해서도 휘어졌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금속판을 유리관의 양 극에 가깝게 위치시키고, 두 금속판 사이에 전기력을 발생시켰더니, 음극선의 휘어짐이 관측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휘어짐을 통해서 전기 입자들의 질량도 계산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광선을 휘게 한 인력은 전기장 또는 자석의 세기에 의해서 주어지고, 다른 실험을 통해 입자들의 전하 역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질량은 광선이 휘어지게 하는 힘에 대한 저항 즉 경로의 곡률을 통해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질량은 가장 가벼운 원자인 수소 원자 질량의 2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전자는 원자의 크기보다 훨씬 더 작았다. 자연스럽게 전자의 전기 전하 역시도 매우 작았다. 전자의 전하가 갖는 전기의 양은 1 암페어가 갖는 전류의 100억분의 1정도였으며, 만약 이 정도의 전류가 흐른다면 오직 백만분의 1초 동안만 흐를 것이었다.

  

   이상과 같은 실험들이 항상 배타적으로 음의 전기 원자들만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었다. 물론 양의 전기 원자들 역시 찾아보았지만 연구자들은 물질로부터 양의 전기를 분리시키는 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방전관에서 양의 입자들로 이루어진 광선, 즉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양극선을 생산하는 것은 분명 가능했다. 그러나 양극선의 질량 및 관 안에 남아 있는 기체 원자의 질량을 결정해보면, 이 양의 입자들은 기체의 원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만약 그렇다면, 양의 전기 원자가 있다고 해도 이는 물질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우리는 음의 전기 원자를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음의 전기 원자와 관련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기가 부여된 질량이 아니라 전기 그 자체가 관성과 무게를 갖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오늘날 음극선은 라디오 기술에 적용되어서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져 있다. 라디오 관의 기능은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기 원자들의 수에 정확하게 의존한다. 전자들은 라디오 관의 발광 필라멘트로부터 출발해서 진공을 통과해서 양극(anode)에 도착한다. 초기의 실험가들은 이처럼 음의 전극을 가열시킴으로써 음극선을 생성하는 간단한 방법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은 수천 볼트의 포텐셜을 갖고 있는 양극을 가지고 작업해야 했으며, 이러한 포텐셜을 생성하기 위해 그들은 그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원시적인 유도 기계를 사용해야 했다.

  

   전기의 원자적 특성을 인지함에 따라, 전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새롭게 개념화하게 되었다. 우리는 대개 도선에서 흐르는 전류에 비교해서 관 안에서의 전류의 흐름을 하나의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는 반대의 개념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빈 공간에서 전자들이 흐르는 것은 우리가 전류라고 부르는 것의 원형(prototype)이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전도체에서의 과정은 진공관에서의 과정과 동일하며, 전선에서의 전자들은 금속 원자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경로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도선 전류의 마찰 손실은 도선의 전기 저항을 나타낸다. 백열등에서는 1조 개의 전자들이 천분의 1초 동안에 양 극 사이를 통과한다. 이때 모든 전자들은 음으로 대전되어 있기 때문에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전류의 방향은 항상 음에서 양으로 향한다.

  

   최근에는 전기 유도의 과정이 실험적으로 뿐만 아니라 수치적으로도 매우 정확하게 연구되었다. 이러한 연구에서 아주 주목할 만한 현상이 관측되었다. 이 현상은 전도체를 액체 기체 또는 액체 수소의 온도까지 냉각시켰을 때 관측되었는데, 이 때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초전도성 또는 매우 높은 전도성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 경우, 생성된 전류가 저항에 의해서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전기를 발생하는 근원이 없어도 전도체로 구성된 회로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순환할 수 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액체 수소 내에 포함되어 있는 전선 회로에 자석을 근접시킴으로써 유도 전류를 생성시켰다. 이 실험은 라이덴(Leyden)에 있는 카메링-오네스(Kamerlingh-Onnes) 냉각 연구소에서 이루어졌으며, 전체 실험 도구들은 기차에 적재되어 우트레히트(Utrecht)로 수송되었다. 우트레히트에서 다시 검류계로 측정을 해 보았더니, 아직까지도 유도 전류가 전선 회로에 흐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태를 초전도 상태라 한다. 초전도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극도의 냉각 상태가 금속 원자들의 열적 운동을 거의 완전하게 멈추게 하고, 이것이 전자들에게 원자들의 격자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고 보아야 한다. 분명 이에 대한 완벽한 설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양자 이론으로 이러한 설명을 제공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탐구들에 의해, 이제는 더 이상 전기의 원자적 본성에 대해서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물질적 원자들의 세 가지 층위를 구별해야 하겠다. 가장 큰 것은 분자들이며, 분자들은 물리적 과정의 기본적인 구성 성분이다. 그 다음으로는 원자가 존재하는데, 원자는 화학적 과정의 기본적인 구성 성분이다. 다음으로 가장 작은 전자가 있는데, 전자는 전기적 과정의 기본적인 구성 성분이다. 분자들이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자 그 자체가 다시금 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합성물로 생각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가로 연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원자의 내부 구조에 대한 탐구로 우리를 이끄는데, 이는 우리가 이후 이 책의 15장에서 다루게 될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