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의 아버지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시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드시며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너도 나이가 들면 트로트가 좋아지게 될 거다.” 하지만 아버지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나는 30대인 지금도 여전히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즐겨듣던 김현철과 이소라, 조규찬의 노래를 좋아하고, 대학 시절 자주 듣던 넬이나 클래지콰이, 이한철의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민중가요나 김광석의 노래는 나보다 전 세대의 선배들이 즐겨 듣고 불렀다. 오히려 나에게는 영국 그룹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이 들려줬던 우울하고 몽환적인 가락이 익숙하다. 나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익숙해진 음악적 감수성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물론 나는 대학 입학 후 주변에서 음악적 감수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