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자’가 나의 가장 핵심적인 정체성이라면, ‘국립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라는 신분은 나의 사회적이고 공식적인 직책이다.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과 ‘상호작용’한다(‘가르친다’라는 일방향적 표현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와 같은 상호작용은 주로 학기 중에 이루어지며, 학기는 봄/여름/가을/겨울학기로 나뉘는데, 대개 여름학기와 겨울학기는 잘 운영되지 않는다. 학기와 학기 사이의 기간을 ‘방학(放學)’이라고 한다. 교수 관점에서 이때는 의무적으로 대학생들과 상호작용할 필요가 없는, 비교적 자유로운 기간이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방학이야말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다. 학기 중에는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많은 일들(수업 준비, 과제 및 시험 채점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