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학철학자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를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다. 나는 학사, 석사, 박사 학위 논문을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 특히 그의 시공간 철학을 주제로 삼아 썼다. 내가 지금껏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중 대부분은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에 관해 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내가 번역한 8권의 책 중 5권이 라이헨바흐의 책들이다. 라이헨바흐가 1951년에 사망했으니 나와 그 사이에는 별다른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그야말로 나는 그와 책을 통해 만났다. 그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이정우 선생의 번역서 [시간과 공간의 철학](1928년 독일어, 1956년 영어, 1986년 한국어 출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소 간의 우여곡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