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내 삶은 ‘우연’과 ‘의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중학생 시절의 꿈도 게임 프로그래머였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보면 컴퓨터 속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행성에서 탄생한 지적인 생명체가 결과적으로 자신이 컴퓨터 속에 있는 가상의 존재임을 깨닫는 내용이 나오는데, 나는 그런 종류의 생각에 열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물리학자로 꿈을 바꿨고, 고등학교 때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만나 결국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수학, 물리학, 컴퓨터 등에 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만약 내가 대학 재학 중에 입대했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 계속 인문대학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상태에서 입대했다면, 아마도 나는 군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