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어떤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는 퍽 중요하다. 나는 나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철학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독창적이고 화려한 사상을 펼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점에서 나는 오히려 내가 역사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는 잘 찾아볼 수 없지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상을 역사적 문헌들 속에서 발굴해내는 게 나의 일이다. 내가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 역시 일종의 역사적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내가 지극히 평범한 지성을 가진 사람이고 상식의 옹호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철학자’라는 명칭은 좀 부담스럽다. 나는 과학철학을 좋아해서 계속 공부하는 사람일 뿐이다. ‘아마추어 과학철학 연구자’, ‘과학철학 애호가’라는 명칭이 내게 더 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