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수

강형구 2026. 3. 15. 11:24

   나는 나 스스로 색다른 교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좀 자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나는 국립목포대학교 총장직속학부의 교양학부 소속이다. 학과 소속이 아니다. 대학의 교양학부에서는 대학 신입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필수과목, 학과와 관련 없이 재학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교과목 등을 운영한다. 이런 교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요즘 대학생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지, 대학생들의 취업 시장 상황은 어떠하며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잘 취업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현실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순수한 학문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교양수업을 운영하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자라기보다는 일종의 인생 멘토 역할을 한다. 삶의 노하우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거다.

 

   사실 나는 이런 게 내 체질에 맞는 것 같다.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삶을 위한 학문. 학생들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 내용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 현대철학과 인공지능 윤리학을 가르칠 때도 미래의 학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양 있는 일반 시민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게 내가 당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는 철학과가 없고 윤리교육과가 운영된다. 나는 훗날 과학철학을 연구할 사람이 아니라 일반적인 직장을 가질 사람 혹은 중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칠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그러므로 나는 학자의 관점이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을 고려한다. 상식적 관점에서 이 내용이 정말 필요하거나 유용할까? 연구자의 관점에 갇혀 있으면 학생들의 입장에 공감하기 어렵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학생들과의 공감과 소통이다.

 

   교양학부 교수는 학과 소속 교수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을 만난다. 우리 학교에 임용된 지 2년이 지나니, 강의하러 가기 위해 학교 교정을 걷다 보면 거의 틀림없이 예전에 나의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을 마주친다. 모든 학생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으나 학생의 얼굴은 기억난다. 나는 출석을 위해 매번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쳐다보기 때문이다. 이름은 비슷하거나 같은 경우가 더러 있지만 학생들의 얼굴은 각각 독특하다. 나는 내가 학생들과 운명 공동체에 있다고 느낀다. 나는 학자이고 학생들은 학자가 아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립목포대학교는 국립대 중에서는 작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지만 젊고 힘차게 성장하는 학교다. 나는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에 처음 입사했을 때도 재단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국립목포대학교도 10년 후면 그렇게 될 것이다. 현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강의할 때 내가 자주 참조하는 사람은 전통적인 학자라기보다는 유능한 강연자들이다. 건조하고 냉철한 강의보다 열정적이고 영감을 불어넣는 강의를 지향한다. 그래서 나는 자주 내가 일종의 ‘쇼맨’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똑똑한 교수보다는 열정적인 교수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교양학부 소속이라 더욱 그러할 것이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학생들과 나 사이에 나이 차이가 20년에서 25년 정도 난다. 나는 내가 학생들의 삼촌뻘 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25년 전 취업이 힘들기로 악명이 높은 인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40개월 동안 징글징글하게 군 생활을 했으며, 공무원 시험과 공공기관 입사 시험을 준비했고, 12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어쩌면 학생들에게는 학문의 길만 걸은 학자뿐만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참조할 수 있는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우리 학교에 승부를 걸었다.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센터와 재생에너지 산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 전라남도의 대표 국립대가 될 국립목포대학교의 미래에 승부를 건다. 나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