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인공지능의 감염성

강형구 2026. 2. 8. 05:28

   거대 언어 모델에 기반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다양하게 비유할 수 있겠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는 나로서는 인공지능이 일종의 ‘감염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것 아닌가? 그런데 인공지능이 코로나와 다른 점은 사뭇 많다.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 이 바이러스와 싸웠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이와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좀비 바이러스. 인공지능은 사람을 정신적인 좀비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생산되고 있는 각종 문서 속에서 인공지능의 흔적이 보인다. 학술대회장에 가면 압도적 다수의 발표자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발표 자료를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너무나 강조한 나머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나 명칭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인간은 점점 생각하는 능력을 빼앗기고 있는데, 그 속도가 엄청나며 실로 위협적이다. 내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구세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 나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이 아니라 위협적으로 인식한다.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탄하며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전파되는 것은 마치 기차와 자동차가 전파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전파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혹은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강력한 기술적 발명품이 생산되면 빠르게 세계에 퍼지며 이에 따른 자본의 재분배가 일어난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생각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조차도 과도하게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만간 새로운 종류의 전체주의가 전 세계적인 규모로 등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느낀다.

 

   이 지점에서 관점의 차이가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을 새로운 생산 동력으로서, 인류의 번영과 복지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을 일종의 감염병 또는 해악으로서 바라볼 것인가? 아직은 인공지능을 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지배적인 경향인 듯하다. 그러나 최근 아주 빠른 속도로 인간의 생각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나는 희망의 반대를 예감하게 된다. 이 지구 위에서 닭과 돼지의 주된 존재 목적이 인간이라는 특수한 생명 종에게 자신의 고기를 제공해 주는 것이 되어버린 것처럼, 대다수의 인간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제하는 소수의 인간에 대해 그와 같은 종속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물론 이런 상황을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상 그런 게 인간의 역사 아니었어? 지식과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의 인간이 압도적 다수의 인간을 통제해 온 것이 인간의 역사 아니었나? 우리는 그저 인간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것일 뿐이야.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단계에서 지배받는 자가 아니라 지배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거야. 나는 인공지능이 원자폭탄의 발명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류에게 이로울 수 있지만 그 잠재적 해악이 너무 크다. 특히 인류의 생각 속에 감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인류의 생각을 잠식해 나가는 속도가 심각하게 빠르다. 감염병, 마약과도 유사하다. 나 역시 내가 이런 부정적인 비유를 하는 것이 결국 오류임이 밝혀지길 바란다.

 

   어쩌면 인공지능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온전히 잘 보존하는 것이 향후 인류가 직면하게 될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어버린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주어진 일종의 중대한 역사적 도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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