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직장은 한국장학재단이다. 2012년 1월 16일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에는 사람들이 한국장학재단이라는 공공기관을 잘 몰랐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은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대한민국의 핵심 공공기관(교육부 산하)으로 그 위상이 상승했다. 어쨌든, 나는 한국장학재단의 제1대 이사장인 이경숙 이사장께서 계실 때 입사했다. 그리고 이경숙 이사장께서 강조한 것이 ‘서번트 리더십’ 즉 섬김의 리더십이었다. 재단의 신입 직원일 때부터 교육과정에서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이사장님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결과였다.
내가 첫 직장에 입사한 이후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14년이나 지났으니까. 14년 동안 2번의 이직을 거쳐 현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대학교도 일종의 직장이고 대학교수도 일종의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너무 당연하다. 1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는 내가 어떤 유형의 직장인인가를 파악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조직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지는 않으며, 그저 묵묵하게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유형의 직장인이다. 평소에 크게 존재감이 없으며, 나 스스로가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신입일 때는 나의 이런 성향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서 나로서는 조금씩 곤란함이 느껴졌다. 주임, 대리, 과장, 차장을 거쳐 팀장 정도가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일종의 리더십을 보이며 사람들을 끌고 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성격상 카리스마 있게 다른 사람들을 끌고 나가지 못한다. 그게 잘 안된다. 만약 내가 대학이 아니라 여전히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더욱 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내 나이에 맞게 부서장 역할을 맡게 되면 좋든 싫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니까. 그나마 나의 직업이 대학교수라서 그런 종류의 부담은 적고, 그게 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교수라고 해도 한 명의 직장인이고, 직장인이면 다른 직장 동료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떤 리더십이 나에게 적합할까. 이 문제에 직면해서 나는 내가 신입 직장인일 때 받았던 교육을 떠올리게 된다. 이경숙 이사장께서 강조하셨던 섬김의 리더십. 이런 종류의 리더십이 옳다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시키기보다는 나 스스로 더 부지런히 실천하면서 공적인 업무가 잘 굴러가도록 만드는 리더십. 리더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겸손한 태도와 자세로 실천해 나가는 것. 사실 대학교수는 사회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권위 있는 직업이긴 하다. 그런데 나는 교수라면서 일정한 권위를 내세우는 게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냥 얼핏 보면 교수 같지 않은, 평범한 동네 아저씨와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자신의 능력이 전혀 특출나지 않지만 매우 운이 좋게 교수가 된 경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면 대부분 그 부탁을 들어주려 최선을 다한다. 나의 최선이 나에게 부탁한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지 않을지 두려울 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것저것 복잡하게 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걸 편하게 느낀다. 그걸 왜 내가 해야 하느냐, 너는 안 하는 데 왜 나는 하느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리만 아프고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냥 부지런히 일한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내가 나인데’ 하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이게 섬김의 리더십인가?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과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섬김의 스타일’ 정도가 맞지 않을까? 나는 그냥 부지런히 성실하게 겸손하게 일하는 게 편하다. 이렇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무사히 잘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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