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과학철학 연구에 집중하기

강형구 2025. 5. 19. 21:02

   임용된 지 1년이 지나, 대학 교수로서의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우리 학교인 국립목포대학교에도 제법 친숙해졌다. 주말 부부로서 살아가는 일도 상당 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에서 목포대학교로 갈 때는 차가 밀리지 않는 이른 새벽에 움직이는 게 가장 효율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학교에서 생활할 때는 숙소가 학교와 가까운 것이 제일 좋다는 사실 역시 절실하게 느낀다. 목포대학교에서 가족들이 있는 대구로 갈 때는 무리하지 말고 중간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2024년 교수업적 평가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직 그 결과를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다른 교수님들과 비교할 때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길 기대한다. 매년 꾸준히 연구 실적을 얻어 무난하고 평이하게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는 것이 나의 최대 목표이다. 나는 작년에 논문 3편을 썼고, 책 1권을 번역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논문을 쓰고 번역하고자 한다. 꾸준하게 연구해야 매년 연구 실적이 쌓이고 연구자로서 나의 정체성도 점차 분명하게 확립될 것이다.

 

   정년 65세 기준으로 나는 2047년까지 교수로서 재직할 수 있고, 큰 문제가 없다면 그 후 2년 동안 명예교수로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2049년까지). 꾸준히 연구하여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100편의 논문을 쓰고, 30권의 책을 번역하는 것이 목표이다. 책을 쓰는 것 역시 학자로서 나의 중요한 목표이다. ‘교양으로 읽는...’ 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다. “교양으로 읽는 과학사”, “교양으로 읽는 과학철학”, “교양으로 읽는 논리학”, “교양으로 읽는 수학”, “교양으로 읽는 물리학”, “교양으로 읽는 인공지능”. 거기에다 “시간과 공간의 철학”, “한스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삶, 과학, 사상”. 책도 9-10권 정도 쓰면 아주 좋을 것이다.

 

   요약하면, 논문 100편, 번역서 30권, 저서 10권이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다. 논문은 내가 열심히 하면 쓸 수 있겠지만, 번역서와 저서를 출판하는 것은 나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들과도 계속 소통해야 번역서와 저서를 출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논문을 쓰는 일은 쉬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계속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고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원고를 써야만 논문을 100편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내게는 참으로 할 일이 많은 셈이다. 가급적 앞으로는 교수로서 연구에 집중하려 한다. 당연히 학교에서 수업에 충실히 참여해야 하고, 교수들의 모임에도 성실하게 임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의무들 이외에는 오롯이 연구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가족을 제외하면 연구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며, 그것 이외의 다른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연구를 열심히 하면 교수로서 무난하게 승진할 수 있을 것이므로, 조교수-부교수-정교수로 나아가면서 학문적 성숙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성실하고 친절하게 대하려 한다. 물론 우리 학교에는 철학과가 없으므로 나의 직속 제자를 양성할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 모두를 나의 인생 후배라고 생각하며 애정을 가지고 대할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제자는 논문과 책으로도 키울 수 있다. 내가 라이헨바흐의 책과 논문을 읽으며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성장했듯이 말이다.

 

   이제 내게는 더 이상 의식주의 문제, 직업 선택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싸지는 않지만 온전한 우리 가족의 집이 있고, 크게 부족함 없이 먹고 입고 있으며, 내 개인적인 성향과 가장 부합하는 ‘교수’라는 직업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오로지 ‘연구’만을 바라보며 나아가려 한다. 그것이 나의 사회적인 존재 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할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