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아침 일찍 일어난다.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남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일찍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계속 해 나간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집안일을 하고, 나 혼자 있을 때는 대부분 학교 연구실에 간다. 연구실에 있으면 가끔 쉬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계속 무엇인가를 하게 만든다. 수업을 준비하고, 책을 읽고, 논문을 읽는다. 그렇게 나는 나라는 사회적 존재가 해야 하는 일을 끊임없이 한다. 그렇게 계속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이 많다. 지난 학기보다 5학점이나 수업을 더 많이 한다(14학점, 6과목). 그래서 아직은 수업 준비로 바쁘다. 이번 주만 지나면 좀 더 적응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번역도 꾸준히 해야 한다. [시간의 방향] 초벌 번역을 올해 끝내는 것이 목표다. 논문도 한 편 정도 더 쓸 생각이다. 올해 11월에 한 철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로 했는데, 그 발표를 계기로 논문 원고를 한 편 쓸 예정이다. 만약 원고를 쓰게 되면 올해 총 1권의 번역서와 4편의 학술논문이 나오게 된다. 이 정도가 적정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추세로 꾸준히 연구해 나가면 퇴임하기 전까지 30권의 번역서, 100편의 연구논문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나는 교육과 연구 말고는 딱히 하는 일이 없고, 다르게 할 줄 아는 일도 없다. 때때로 산책하거나 근력 운동을 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무릎이 아파서 무리해서 달리기를 하지는 않는다. 나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주식투자나 다른 형태의 투자에도 관심이 없고 재주도 없으니, 나는 참으로 재미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하겠다. 나는 그냥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올해 가을에도 시간을 내어 가족끼리 국내 여행을 가고자 한다. 충청, 전라, 경상 지방 어디든 상관없다. 나는 교육하고 연구하는 시간 외에는 늘 가족과 있고자 한다.
참으로 단순한 삶이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내가 못 하는 건 그냥 솔직하게 못 한다고 한다. 대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학교의 내 연구실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학교에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밤이 되어 연구실을 나선다. 대학원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물론 대학원 연구실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반면, 교수 연구실은 혼자 사용하므로 편하기도 하고 다소 쓸쓸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연구실 곳곳에 가족의 사진들을 붙여 놓았다. 사진을 보면서 아내,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느끼려 한다.
대학에서 강의하다 보면, 교수인 나는 학생들에 비할 때 어른이기 때문에 내가 아는 바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와 함께 하는 수업 시간이 학생들에게 소중한 시간일 것 아닌가. 그 시간을 학생들이 헛되이 소비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학생들의 관점에서는 기성세대의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수업에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체험한 사실들과 삶의 지혜들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려고 애쓴다. 이런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까지 학생들에게 전달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나의 강의 시간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의미한 시간이 되게끔 애쓰고 있다.
이렇게 삶이 단순해서인지 몰라도 요즘 나는 밤에 잘 자고 아침에 잘 일어난다. 특별히 고민하는 것도 별로 없는 듯하다. 번역해야 하는 책들이 많이 있고, 써야 할 논문도 많이 있다. 그렇게 계속 번역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책을 쓸 날이 올 것이다. 벌써 9월 중순이다. 추석이 지나면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날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덧 겨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이제는 천천히 계속 나의 길을 걸어가는 일만 남았다. 계속 걸어가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삶의 궤적이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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