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라는 자부심

강형구 2024. 8. 28. 11:34

   지금 나는 내 생애의 세 번째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나의 전 직장인 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 모두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 기관이다. 그렇지만 ‘과학철학 연구자’라는 나의 핵심적인 정체성에 가장 들어맞는 직장은 현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다. 작년인 2023년 12월에 국립목포대학교는 공개적으로 과학철학 전공자를 모집했고, 나는 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정정당당하게 합격했다. 강의 평가와 면접 평가 과정에서 다시금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했지만, 최종적으로 나의 열정과 가능성을 보고 나를 선택해 준 국립목포대학교에 감사드린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점차 내 전공에 맞는 기관으로 옮겨왔다. 나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로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했지만, 그래도 대학생의 학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나와 맞았다. 한국장학재단 행정원 입사 기준은 학사학위 이상이었고, 전공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 그다음 직장인 국립대구과학관에서는 석사 이상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자를 모집했으니, 나는 좀 더 나의 전공에 가까운 직장으로 옮긴 셈이었다. 다음으로 국립목포대학교에서는 과학철학을 전공한 박사를 모집했으니, 이제 완전히 나의 전공과 부합하는 직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순차적인 직장 전이가 다소 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나는 국립목포대학교가 ‘국립대학교’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비록 내가 서울대학교 출신이긴 하지만, 나는 한국의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를 늘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국립대학교 평준화 및 지역별 특성화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의 국립대학교는 지역과 상관없이 동등해져야 하며, 교수와 교직원 및 학생의 교류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에 있다고 해서 서울대학교가 특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 대학에서는 국립대학교 평준화와 통합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나는 우리나라 역시 국립대학교 간 통합 및 지역별 특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나는 나의 소속이 ‘철학과’가 아닌 ‘교양학부’라는 점에 대해서도 만족한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나는 이공계열 교양 과목을 수강하는 게 좋았으며, 철학과의 전통적인 이수 과목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수학, 물리학, 컴퓨터 등과 같은 학문을 공부하는 게 실용적이라 여겨졌고 흥미롭기도 했다. 내가 만약 전통적인 방식으로 철학을 공부하고자 했으면 자연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이 아닌 철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이수했을 것이다. 나는 이전의 두 직장에서도 철학을 한 것이 아니라 행정을 했고 과학기술 전시 및 교육 업무를 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학부 전공인 철학을 굳건하게 고수하려는 생각이 거의 없다. 오히려 늘 철학은 개별과학과 끊임없이 연계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립목포대학교에 부임하면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학기 중에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계속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나는 나로 인해 아내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아내는 우리가 연애할 때부터 이미 과학관에서 일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고, 아내의 첫 직장도 다름 아닌 국립과천과학관이었다. 게다가 아내는 지금 국립대구과학관에서 본인의 전공에 맞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도저히 일을 그만두고 내 직장 근처로 옮기라 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의 학교인 국립목포대학교에서 과학철학 전공 교수로 일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학교가 교육부가 지정하는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고 오랜 바람인 의과대학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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