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예정된 한국과학교육학회 하계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아인슈타인과 그의 과학철학에 관한 발표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오래간만에 다시 아인슈타인의 몇몇 전기들과 그의 이론에 관한 논문들을 읽고 있다. 이렇게 다시 아인슈타인을 생각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일종의 행복이다. 돌아보면 처음 아인슈타인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것이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이다. 김종오 선생이 번역한 [상대성이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아인슈타인의 에세이집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임경순 선생의 [100년만에 다시 찾는 아인슈타인], 김용준 선생이 번역한 [부분과 전체] 중 하이젠베르크가 아인슈타인과 대화하는 장면.
그렇게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아인슈타인이 쓴 글과 아인슈타인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계속 아인슈타인에 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 아인슈타인에 대한 내 생각과 평가가 한결같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인슈타인과 같은 이론물리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때의 나에게 아인슈타인은 위대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길은 물리학 혹은 과학이 아닌 과학철학이라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분명하게 여겨졌고, 그에 따라 아인슈타인은 나의 직접적인 우상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과학자와 과학철학자는, 비록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을 수 있을지라도, 서로 다른 사람이며 서로 다른 지성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인슈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시각이 아인슈타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바로 그런 이유로 더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계속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려면, 아인슈타인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과 서사가 나오려면, 그 전제 조건으로 아인슈타인에 관한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나라에도 아인슈타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에 관한 해석이 영원불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인슈타인은 서양 자연과학의 역사에서 불멸의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에 관한 해석과 견해가 계속 새롭게 나오는 것이 자연과학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의 관점에서 봐도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 아인슈타인 연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있을까? 장회익 교수님이 떠오르지만, 장교수님이 아인슈타인에 대한 진정한 연구자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장회익 교수님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자연철학을 수립하고자 하시는 분이다. 임경순 교수님은 어떨까? 임교수님께서는 귀국 이후 한동안 아인슈타인 연구를 진행하시다가, 특정 시점 이후에는 더 이상 아인슈타인 연구를 진행하지 않으신 것으로 보인다. 이중원 교수님, 이상욱 교수님은 어떨까? 나 자신이 고등학생일 때 나는 이중원 교수님과 이상욱 교수님께서 아인슈타인의 삶과 과학을 설명하는 교육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과학사와 과학철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상황에서 보면, 그 두 분을 아인슈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자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기서 내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아인슈타인 연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우리나라에 ‘옳은’ 아인슈타인 연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니다. 나는 그저 여러 사람이 아인슈타인을 자기 나름대로 깊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아인슈타인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생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바로 그 점에 있어서 나는 한 명의 아인슈타인 연구자(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관점에서)가 되어서 활동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나의 활동이 충분히 정당화되고 의미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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